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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홈스테이 생존기 1

호주 시드니 홈스테이 (Homestay)

by 베짱이 지샘


나의 호주 한 달 살기가 이제 마무리되어 간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그러면서도 낯선 타지에서 나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호주에서의 한 달 홈스테이를 이야기하고 싶은 이 알 수 없는 의무감은 무엇일까?

네이버에 홈스테이라고 치면 위키 백과에서 이렇게 나온다.

'홈스테이(Homestay)는 외국의 유학생이 그 나라의 일반 가정에서 체류하며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을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방문자가 해당 지역에 사는 가족으로부터 방을 빌려서 언어 능력을 높이고 지역 생활양식을 더 효율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호주 시드니의 홈스테이는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영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문화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처음은 한국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U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주관하는 1달 코스의 영어교사교육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교사 교육 코스는 일반 어학연수 코스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는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한국에서 중등교사 5명, 초등교사 12명이 이 코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 에이전시에서는 나에게 홈스테이 기본 조사 양식을 보내주었다

1. Ok with Pet? (Yes/No)

2. Ok with Children(Yes/No)

3. Allerges/Medical Conditions

4. Smoker?(Yes/No)

5. Under 18?

: 18세 이하가 되면 대학은 홈스테이 관리를 현지 에이전시에 맡기지 않고 대학에서 직접 관리하고 홈스테이가 배정되고 나서도 직접 와서 상황을 살피고 불편사항을 점검한다.

6. Special Requests?

: 나는 특별한 요구사항을 적지 않았으나 깨끗한 집을 요구해서 쓴 분은 깨끗한 집이 배정이 되었었다. 따라서 요구사항은 적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7. 2인 1 가정?(Yes/No)

: 나는 2인 1 가정을 선택하였다. 이유는 저녁에 집에 올 때 혼자 오면 무서울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저녁에 불꽃놀이를 보거나 오페라를 보고 집으로 올 때 늦은 시간 버스를 타면 좀 무서웠다. 그래서 같이 집에 오는 것은 괜찮은 것 같고 2인 1 가정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홈스테이에서 여러 게스트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가보면 다른 나라에서 온 게스트들이 많다. 따라서 글로벌한 인맥을 만들고 싶다면 NO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8. 2인 1 가정 선택 시 희망하는 룸메이트:


조사 양식에 나는 애완동물과 아이는 Yes, 특별한 의료 조건은 적지 않았고 담배 No, 18세 이상, 특별 요구사항 없음, 2인 1 가정을 신청하였다. 나와 나의 룸메이트 외에는 모두 1인 1 가정을 신청하여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이렇게 조사된 양식은 한국 에이전시에서 우리의 정보를 모아서 대학에 보내고 대학은 수업을 짜고 홈스테이 배정은 다시 현지 홈스테이 에이전시 Global Experience 에 보내서 홈스테이 관리를 맡긴다. 우리 연수에는 1명의 코디네이터가 동행했는데 수업이나 홈스테이 불만사항이나 여러 가지를 관리해 주었다. 우리가 홈스테이 불만사항을 코디에게 말하면 코디가 자기선에서 자르는 경우도 있고 우리의 불만사항을 모아서 대학에 보내고 대학에서는 이를 다시 현지 에이전시(Global Experience)에 알리고 글로벌 익스피리언스는 다시 홈스테이 호스트에게 알리는 경우라서 절차가 길고 답변을 받는데 한참을 걸렸다. 그러다 보니 불편사항이 있어도 며칠이 걸려서 받고 그렇게 우리의 아까운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대학의 어학연수 코스를 신청했다면 그곳의 솔루션 센터에 불편 사항을 말하면 되고 어학코스 없이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서 왔다면 그쪽으로 바로 연락하면 된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호주 시드니로 출발! 에어 차이나로 인천에서 오후 2시에 출발 북경을 거쳐서 그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호주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면 먼저 유심칩을 사기 바란다. (공항 1층에 Vodafone에서 6GB에 한국으로 무제한 전화를 할인받아 30불에 샀다. 공항에서 못했다면 다음날 퀸 빅토리아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Vodafone에서도 할인받아 살 수 있었다. 데이터 로밍보다 훨씬 저렴하다.) 왜냐하면 홈스테이 가정은 대부분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어 있고 한국으로 전화를 하거나 홈스테이 호스트와 연락할 때도, 다음 날 학교로 찾아갈 때도 구글 맵 없이는 처음부터 서바이벌이었다. 따라서 웬만하면 공항에서 바로 유심칩을 사서 호주 전화를 받는 것이 좋다.

도착시간보다 조금 일찍 비행기가 도착했고 우리는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UNSW대학의 L5 건물에 도착했다. L5 건물은 대학의 길 건너편에 따로 마련된 빌딩인데 어학연수로 온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건물이다. 이곳에는 컴퓨터실, 도서관, 휴게실, 강의실 등이 있고 대부분의 어학연수 수업을 이곳에서 받는다. 어학연수로 온 학생들을 위한 좋은 공간 같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이곳은 대학과는 별개의 공간으로 따로 마련하여 왠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고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대부분 오후 시내로 나가 버리면 어학연수로 온 학생들은 본 대학 캠퍼스에는 발 디딜 일이 없다. 우리 교사 코스는 이 곳 L5에서 듣지 않고 대학 안에 있는 비즈니스 빌딩에 보다 시설이 좋은 곳에서 듣게 되었고 덕분에 매일 아침 캠퍼스를 가로질러 대학생의 기분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어학연수 학생들이 여기에 와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L5 102 강의실에서 우리는 벨이라는 사람에게 학교 수업과 홈스테이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홈스테이는 물을 아껴 쓰라는 것, 바퀴벌레는 흔한 일이고, 자기 방 청소는 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우라는 것(호텔이 아니라고), 그리고 서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증을 만들고 관련 책과 기념품 같은 USB를 받고 지친 몸을 이끌고 드디어 각자 배정받은 홈스테이로 이동했다.


홈스테이로 가는 것은 여기서는 High Car라고 부르는 리무진 택시가 와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리무진 택시는 주로 벤츠, 아우디 같은 멋진 차들이 왔다. 개인적으로 물어보니 리무진 택시는 공항에서 시내 어디든 한 차에 최대 90불까지만 받고 택시로 이동하면 70~80불임으로 그리 비싸 보이지 않았다. 다음에 호주에 온다면 공항에서 이동할 때 high car를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High car 명함

우리가 도착한 홈스테이는 Paddington이라는 곳에 있는 작은 2층 집이었고 시드니 시내와 학교 사이에 위치해서 위치는 괜찮았다. 학교까지는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도착한 홈스테이에는 인상 좋은 82살 할머니와 검은색에 역시나 나이가 많아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강아지가 있었다. 할머니는 우리를 반겨주셨고 우리도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방을 보여주시는데 여기서 문제 발생!! 할머니가 보여주신 방은 작은 방 2개였는데 방이 작은 것은 둘째 치고라도 방 하나는 2층 베란다를 나와서 따로 떨어져 있는 방인데 잠기지가 않는 방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집안으로 들어와서 2층 계단을 통과해서 옥탑방으로 갔는데 옥탑방 방이 잠기지 않는 것과 같았다. 우리가 안전상의 문제로 좀 걱정을 하니 할머니는 괜찮다고 한 번도 도둑이 든 적도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혹시 다른 방이 있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더 큰 방이 있는데 이것은 가족들이 왔을 때 쓰는 방이고 더 비싼 방이라고 했다. 우리는 혹시 보여줄 수 있냐고 해서 가 보니 방도 훨씬 크고 안전상에도 보다 괜찮아 보였다. 우리는 같이 이 큰 방을 쓸 테니 이 방을 쓰면 안 되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둘이 각자 따로 방을 쓰는 것인데 한 방에 같이 써도 돈은 같다고 에이전시에 따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없다. 첫날은 코디 역시도 유심칩을 사지 않았고 연락할 길이 없었고 어쨌든 낯선 타지에 문도 잠기지 않는 방에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홈스테이 생존기는 시작되었다.

나의 홈스테이 100
홈스테이 키친
홈스테이 게스트 방
홈스테이 욕실
이층 베란다에서 방으로 가는 길
2층 밖에 있으면서 문이 잠기지 않았던 작은 방
홈스테이 거실

첫날 저녁은 할머니가 라자냐를 해주셨고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큰 방은 손님을 받을 방이 아니라서 그런지 방에 먼지가 가득해서 우리가 청소부터 했고 짐을 풀고 1박 2일 만에 처음으로 몸을 눕혔다. 다음 날, 아침은 우리가 챙겨 먹는 것이라서 부엌에 가서 토스트를 해서 먹었고 따로 챙겨 먹을 것이 없었다. 그리고 학교까지 가는 길을 할머니에게 물었는데 할머니는 노선도 자주 바뀌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고 버스 정류장 가는 길도 애매하게 가르쳐 주셔서 첫날은 구글맵도 잘 사용할 줄 모르던 때였다. 그리고 그날은 시드니에 유래 없이 비가 많이 오던 아침이었다. 룸메이트 언니는 할머니에게 버스 정류장까지만 태워 주면 안 되냐고 좀 강력하게 말했고 할머니는 비 온다고 우비에 레인부츠에 자기 방에 가서 운전면허증까지 가져와야 된다면 엄청 싫은 내색을 풀풀 풍기면서 우리를 데려다 주셨다. 버스 정류장은 생각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차로 1분도 안 되는 거리. 우리는 구글 맵과 사람들에게 묻기를 반복하며 비 오는 시드니의 아침, 드디어 전쟁 같은 학교 가는 길에 제 시간에 겨우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유심칩이 없었고 룸메이트 언니는 다행히 공항에서 유심칩을 사서 구글맵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친절한 홈스테이를 만났다면 길도 자세히 안내해 주었을 것이고 어떤 호스트는 첫날이라고 직접 데려다 주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학교에서 17명은 수업 전 각자의 홈스테이 상황을 리포트했고 방과후 어디를 둘러볼 지가 메인 토픽이었다. 어떤 홈스테이는 학교에서 거리는 멀지만 깨끗하고 호스트도 친절하고 심지어 화장실도 방에 딸려 있는 곳이 있었고, 화장실 하나에 여러 게스트와 호스트가 쓰면서 음식도 별로이고 불친절한 곳, 집은 멀지만 시설도 괜찮고 호스트도 친절한 곳, 처음부터 네 거 내 것 구분해서 쓰라고 말하는 호스트, 바퀴벌레 소굴인 곳, 심하게는 게스트를 무시하고 인종차별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곳, 정말 복불복은 이런 데서 유래한 것이 아닌 가 할 정도였다.

나와 룸메이트는 우리 집 상황에 대해서 코디에게 알렸고 같이 쓰는 것이 큰 불편함은 없지만 그래도 알아 달라고 바꿀 수 있다면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나의 홈스테이를 사례 A로 하겠다). 또 다른 홈스테이(사례 B)는 도착하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리무진 택시 드라이버랑 같이 기다리다가 호스트가 왔는데 타월은 큰 것 두개를 사서 쓰고(호스트가 타월을 빌려 주게 되어 있었다), 화장실 휴지도 사서 쓰라고 했다. 저녁도 게스트에게는 못 먹을 음식(?)을 자기는 다른 음식을 먹었다고 했고 더 문제는 학교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했다. 둘째 날 심각하게 리포트된 것이 우리 집과 사례 B였다. 그러나 사례 B의 게스트 선생님은 그래도 일단 있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셨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홈스테이 생활은 하루하루 힘들어졌다. 우리 홈스테이도 할머니와 게스트 두 명이 한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것인데 할머니 집 화장실의 베스 도어(샤워 커튼 비슷한 것인데 유리문처럼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살짝만 건드려도 자기 궤도를 이탈했고 우리 방의 옷장도 한번 열고 닫혀지지가 않았고 서랍장은 먼지로 가득해서 우리가 받은 유인물을 뜯어서 깔고 물건을 넣었다. 하나 있는 베란다 문에는 방충망 같은 것은 없어서 모기, 바퀴벌레, 파리 등이 자유롭게 들락날락 거릴 수 있는데 그 문마저도 열고 닫는데 애를 먹었다. 저녁에는 더워도 벌레 때문에 열 수도 없었다. 할머니 집은 40년이 넘게 된 집이라서 앤틱 그 자체였고 사진을 찍으면 정말 예쁘게 나오는데 모든 것들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 같았다. 거기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베스 도어를 젠틀리 하게 열고 닫으라고 고장 나면 고치러 사람이 한 번 와서 살펴보는데 120불이나 들고 자기는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 게스트 학생들이 막 함부로 열고 닫았다는 둥 이전 학생들에 대한 폭풍 험담이 이어졌다. 그럼 어쩌라는 것인가? 씻을 때마다 그 문을 닫는데 얼마나 간을 조렸는지 모른다. 거기다 부엌에 조리 도구 역시도 고장 나면 안된다고 사용하는 것을 엄청 싫어하셨다. 우리가 사용한 것은 단지 토스트기와 물 끓이는 포트기 뿐. 그리고 할머니의 저녁시간은 언제나 6시 30분이었고 우리는 처음 두 번은 밖에서 먹고 오겠다고 했다가 다음에는 늦게 오는데 저녁을 남겨두면 와서 먹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해주시고 다음에는 저녁은 꼭 6시 30분에 먹으라고 데우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면서 왠지 늦으면 밖에서 먹고 오라는 뉘앙스를 풍기셨다. 그리고 저녁에 우리가 먹으면 항상 설거지는 우리가 해드렸는데 그런데 전자레인지용 비닐을 버리려고 했다가 노발대발! 할머니가 우리가 오면 주무시는 편이라서 자주 부딪힐 일이 없는데 역시 남의 집에 얻쳐 사는 것은 눈칫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게 물건을 쓸 수도 없고 오늘은 또 뭐가 불만이라고 말하실까? 정말 잠만 자고 나오는 상황, 잠도 매일 더위와 벌레의 공포랑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와 룸메이트는 큰 방을 같이 쓰며 나름 호스트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했다고 생각했고 홈스테이 교환을 그렇게 강력하게 요구하지도 않았었는데 할머니의 은근한 눈치는 불만으로만 쌓여 갔다.

롬메이트 같이 썼던 방
방충망 없는 발코니 문
궤도 이탈을 밥 먹듯이 하던 베스도어 검은색 테이프로 고치셨다

그리고 사례 B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 곳 역시도 할머니 혼자서 호스트이고 게스트 한 명이였는데 호주 할머니 왈 ,호주는 모두 아침 7시에 일어나고 저녁 9시에 잠드는 문화이기 때문에 거기에 따르라고 했다. 사례B 홈스테이집은 학교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었고 시내랑은 더 멀었었다. 수업을 마치고 어디 구경하러 갔다가 저녁에 혼자 늦게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저녁 9시 이후에 화장실 사용도 못하게 해서 저녁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게스트는 참아야 했고 어떤 날은 자기가 아직 자고 있다고 화장실 사용을 못하게 해서 머리도 못 감고 나오신 경우도 있었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떤 날은 수박을 사갔는데 물 많은 과일 사 왔다고 짜증. 화장실에 휴지를 들고 들어가서도 자기 휴지 안 쓰는지 확인을 했다고 한다.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어도 오십이 가까운 나이의 게스트에게 통금시간을 정해주는 것은 참을 수가 없으셔서 코디에게 불만 사항을 말했는데 이 역시도 답변이 너무 함흥차사였다.


화요일 홈스테이를 시작으로 처음 홈스테이 상황 중 우리와 사례 B가 좀 심각한 편이었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고 우리는 코디네이터에게 좀 더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 화요일에는 드디어 현지 에이전시가 Global Experience인 것을 알고 그곳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정보를 수집했고 정말 정확한 홈스테이 규정을 알아보았다. 사실 처음 우리가 홈스테이에 대해서 받은 내용에는 집 주소와 집주인의 이름과 취미 그리고 음식, 세탁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 상황이라서 이런 일이 당연하고 받아들여하는 것인지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코디에게 말하면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식이였고. 홈페이지에서 규정을 한 번 찾아보고 방과 후에는 나와 룸메이트, 사례B 게스트와 친한 연수생 1명(다음에 자녀를 유학보낼 때 홈스테이가 궁금해 하셨다.) 까지 총 4명이 직접 에이전시에 찾아갔었다.

호주 현지 에이전시 홈페이지
홈스테이 규정
홈스테이 주당 비용

Global Experience는 퀸 빅토리아 빌딩 근처에 있었고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밖에서 전화를 해야만 올라갈 수 있었다. 다행히 5시 반까지 근무 시간이라 우리는 4시쯤 도착했고 우리 상황을 알고 있는 지 물어보니 이미 알고 있고 호스트에게 고쳐야 할 부분은 전달했다고 했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작은 방 하나를 더 내어 주는 것으로 했고 앞으로 그 집 물건이 고장 난 것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요금을 요구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만 더 참아 볼 것을 괜히 왔나 싶었지만 미쳐 전달받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수건을 사서 쓰라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 7시에 일어나고 9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생활패턴을 말한 것이지 따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호주 문화에서는 방문이 잠기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했다. 또 하나 저녁은 챙겨주어야 하는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못 먹는다면 남겨두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현지 에이전시는 받아 들일 부분은 받아들여 주었고 호주 문화로서 이해해야 할 부분 등은 설명해 주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글로벌 익스피리언스는 주로 대학을 상대로 일을 하고 이렇게 게스트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없지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라고 명함을 주었다. 그리고 홈스테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게 되면 120불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했고 지금 바꾸게 되면 학교에서 더 먼 거리에 배정될 수 있고 배정되는 데 최대 2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에이전시에 가서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여기 홈스테이 경제적 사정이 어떠냐고 물었다. 알게된 사실은 홈스테이 호스트들이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교류니 이런 것은 기대할 수 없던 것이었다. 우리 홈스테이 할머니도 따로 수입원이 없어 보였고 그들에겐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였고 최대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좋은 것이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마주한 현실은 좀 서글프게 했다.


그리고 우리의 홈스테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례 A인 나의 홈스테이는 한결 좋아졌다. 다음날(수요일) 아침 할머니께 에이전시에 들은 내용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방 하나를 더 써도 되지 않냐고 했는데 왠 걸 할머니가 시치미를 떼고 그 밖의 방은 다른 게스트 들이 이제까지 쓰던 방이고 지금 큰 방 하나를 쓰고 있지 않냐고 하길래 알겠다고 에이전시에 알아보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써도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문제 제기를 하고 꼬박 일주일 만에 큰 방 하나와 집 안에 있는 작은 방 하나를 나누워서 쓰게 되었다. 그리고 화장실의 베스 도어도 며칠 지나 손녀딸과 동료가 와서 고쳐주었고 저녁도 남겨두라는 부탁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신다. 전반적으로 태도가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에이전시의 전달사항이 우리 홈스테이 할머니에게는 영향을 주어서 좋게 변했다. 우리도 방을 하나 더 쓰게 되었고 더 이상 고장 나는 것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고 할머니의 저녁은 그런대로 아니 맛있기도 했기에 위치도 학교랑도 시내랑도 가까워서 옮기지 않고 머무리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리는 홈스테이에서 10번 정도의 저녁을 먹었고 작은 방으로 옮겨 갔던 룸메이트는 밤에 큰 바퀴벌레가 나와서 놀래서 내 방에 왔고 우리는 바퀴벌레 공포 때문에 같이 잠을 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더운 여름날 창문을 열어두면 바퀴벌레가 시원한 곳을 찾아 건물 안으로 온다고 했다. 나는 낮에도 문을 열어두지 않고 나왔고 콜스에서 모기향을 사서 매일 저녁 꽂아두고 잤는데 그것 때문에 모기와 벌레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사례 B인 홈스테이는 더 상황이 좋지 않아졌다. 사례 B의 호스트는 삿대질을 하면서 게스트에게 신경질을 부렸고 게스트 선생님이 녹음을 해와서 들었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사사 건건 간섭에 늦게 다니지도 못하셨고 밤에는 방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셨다. 홈스테이 문제 때문에 선생님은 수업에 집중하지도 못하셨고 2주 동안을 그렇게 참고 지내다고 결국 3주차에 옮기면서 720불을 개인이 더 지불해야 하는데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그래도 바꿔달라고 해서 3주차에 10일 정도를 남겨두고 홈스테이를 옮기셨다. 옮긴 홈스테이는 거리는 역시나 멀고 방도 더 작은 방이 되었지만 호스트가 친절하고 학교 가는 길도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와서 가르쳐 주었고 저녁에 늦게 오는 것이나 저녁을 남겨두라는 것에도 흥쾌히 대답을 했다.그리고 사례 B의 게스트 선생님은 처음으로 호주 시내의 야경을 구경하셨고 호주 국경일날 달링하버에서 하는 불꽃놀이도 구경할 수 있게 되셨다.


우리의 문제 제기로 나의 홈스테이 할머니는 태도를 보다 친절하게 바꾸어 주셨고 더 이상 홈스테이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도 되었었다. 그리고 룸메이트와는 정말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아침마다 같이 먹을 것을 준비하며 햇반과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먹기도 하고 간식꺼리를 챙기고 저녁에 늦게 다니고 집에 올 때도 서로를 의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투덜거리시긴 하셔도 요리는 잘 하셨다. 밖에서 사 먹는 것 보다 더 맛있고 영양가 있어 보일 때도 많아서 나의 홈스테이의 나름 최대의 장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빨래를 해서 주셨고 이불시트도 새로 갈아 주셨으니 본인의 역할은 최선을 다하셨다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지막 날에 나의 홈스테이에서는 할머니와 같이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배려해 주신 것에 감사의 선물도 전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따지고 보면 건물이 낡고 거리가 먼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호스트의 태도는 우리를 주눅 들게도 비참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타지에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였다. 나의 홈스테이 할머니가 웃는 얼굴에 재미있으신 분인데 우리의 짧은 영어로 이 곳의 문화나 태도를 이해를 못하고 불평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홈스테이 호스트 역시도 게시트가 받아 들이기에 어떨지 생각하고 우리의 문화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더 원만한 홈스테이 생활이 되리라 생각된다.


3주차 4주차로 갈수록 우리 연수 그룹의 다른 홈스테이에서 문제가 발생하였고 나는 과연 홈스테이가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영어능력 향상과 호주 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었는지 나만 이런 것인지 알고 싶어서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게 되었다. (생존기는 2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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