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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ye Dec 05. 2022

오감만족 다이닝, 뚝도농원

기획 천재들의 맛집 #1

"기획 천재들의 맛집"은 푸드 마케터의 시선에서 바라본,

잘하는, 잘 나가는 맛집들의 브랜드와 서비스, 메뉴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신용산의 몽탄, 청담동의 뜨락, 약수동의 금돼지 식당.

“한 고기”한다는 고깃집 사장님들의 환상적인 콜라보.

뚝도농원은 요즘 가장 뜨거운 성수동에도 가장 성수동스러운 무드를 갖춘

오리구이 전문점입니다. 21년 여름 오픈 때부터 핫한 고깃집 대표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곳으로

기대감이 높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성수동 핫플, 인기 맛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입니다.

*몽탄의 조준모 대표, 금돼지 식당의 신재우 대표, 뜨락의 김재균 대표는 '코리아 미트 클럽 (KCM, Korea Meat Club)'을 만들어 뚝도 농원, 하니 칼국수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1. 첫인상으로 크게 "먹고" 들어가기


입구부터 강렬합니다.

오래된 성수동 창고 입구를 그대로 살린 슬레이트 통로,

길게 이어진 락커를 지나, 다시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어둑한 넓은 공간이 모습이 드러냅니다.


키친을 입구 쪽에 배치한 건 정말로 똑똑한 선택입니다.

입구에서 마주치는 커다란 가마솥과 켜켜이 놓여 있는 오리고기 더미가

마치 홍콩 뒷골목의 노포를 연상시킵니다.


기름기 많은 오리고기를 취급해서인지

미끌미끌한 바닥은 마치 노포 집의 오랜 업력을 연상시키는 의도된 장치같이 느껴집니다.


그만큼,

홀의 분위기를 마주하는 첫 순간부터

오늘 내가 이곳에서 경험할 다이닝이 예사롭지는 않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올라옵니다.  메뉴판을 보지도 않았지만,

뚝도농원이 어떤 곳일지 감각적으로 느껴집니다.

소개팅이라면 첫인상으로 이미 에프터까지 결정이 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2. 테이블은 "고기"를 위한 "독백 무대"


홀 조명 없이 (있지만 안 느껴질지도), 테이블 조명으로 불판을 강조했습니다.

연극 무대의 독백처럼 불판은 온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고깃집에서 펍이나 바(Bar) 매장에서나 쓸 법한

이런 어둑한 조명 연출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고기의 선도나 구운 정도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아 손님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뚝도농원의 불판 조명은

오롯이 “구이”에만 집중하게 하는 훌륭한 연출입니다.

더군다나

파티션 하나 없는 홀이지만 각각의 테이블이 분리된 느낌까지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3. 특별한 서비스로 만든 “메뉴의 특별함”


북경오리처럼 진행되는 카빙 서비스는 뚝도농원 기획의 절정입니다.

많은 오리구이집들이 한 마리를 제공하지만, 이 카빙 서비스 때문에

마치 이곳만 오리 고기를 부위별로 한 마리 제공하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부위별로 굽는 시간과 먹는 순서를 설명해 주는 동안

방청객처럼 우와우와를 연발하면서

마치 평생 처음 접하는 새로운 신세계를 만난 듯 감동이 배가됩니다.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새롭고 신기한 정도가 아닌데도요.



뚝도농원은 잘 짜인 연극무대와 같았습니다.

기본적인 맛과 메뉴 구성도 물론 훌륭하지만 

세심하게 디자인 한 공간과 서비스를 통해  “특별한 맛의 경험 이르도록 합니다.


최근 F&B에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총체적 경험으로의 “맛집”을 어떻게 기획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기획자라면

뚝도농원에서 고객들이 경험하는 서비스 여정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게

 도움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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