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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Feb 05. 2024

달콤한 어두움

웡카(2023)


개인적으로 최근 봤던 영화 중 가장 슬펐던(그리고 재밌었던) 영화. ost도 참 좋았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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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는 계략에 빠져 큰 빚을 지고 한 여관에 갇혀 일한다. 역시 그 여관에 갇혀 일하고 있는 누들이라는 고아 소녀가 웡카를 도와준다. 웡카는 누들이 태어나서 한 번도 초콜릿을 먹어 보지 못했다는 말에 경악한다.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누들에게 준다.


웡카가 만든 초콜릿을 먹자 누들의 표정이 행복하게 변한다. 그런데 이내 우울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 왜 이래?”

놀란 표정의 웡카가 말한다.

”별로야?”

”아니. 이제 초콜릿 못 먹는 하루하루가 더 힘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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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가 어찌나 와닿았던지. 문학이나 음악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을 영화가 표현해 줄 때,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너무나 좋습니다.


1971년과 2005년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좋았지만, <웡카>는 요즘 감성에 어울리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좋은(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깊고 쌉싸름한 다크초콜릿이라면 <웡카>는 부드럽고 달콤한 밀크초콜릿이었습니다. 


그런데 겉보기에 부드러운 ‘밀크초콜릿’이라서 오히려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더 뚜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영화 속 가상의 도시에는 초콜릿도 돈의 역할을 합니다. 초콜릿 카르텔 3인방은 초콜릿으로 경찰(행정/사법권력)과 사제(종교권력)를 매수해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불법 담합을 일삼습니다. 현 자본주의 대기업의 행태를 은유합니다.


카르텔 3인방 중 한 명은 ‘가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구역질을 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코믹하게 묘사되지만, 부자들의 가난 혐오, 그리고 돈을 ‘숭배’하도록 조장하는 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부당한 ‘계약’으로 착취당하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 빽빽하고 ‘작은 글자’로 되어 쉽게 읽지 못하도록 만든 한 함정 계약서 때문에 웡카는 노예나 다름없는 노동자로 갇히게 됩니다. 이 부분은 1971년의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오마쥬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공장>은 그 다크함 때문에 이런 사회비판적 장면이 묻히는 느낌이라면 2023년의 <웡카>는 밝고 유쾌하고 달콤하기 때문에 오히려 ‘어두운’ 현실이 영화 속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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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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