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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Feb 02. 2024

부드러움과 여운과 힘

왜 펄롱은 다른 남자들처럼 미사 마치고 맥주 한두 잔 마시면서 쉬고 즐기고 저녁 배부르게 먹고 불가에서 신문을 보다가 잠들 수 없는 걸까?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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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주인공 펄롱의 행동을 설명하는 핵심으로 보였다. 펄롱은 다른 남자들과 달랐다. 평소에 그는 섬세하게 자신의 삶과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깊게 생각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 건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 같은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주인공의 태도를 드러내는 묘사였다. 결국 펄롱은 다른 마을 사람들이 외면하던 ‘나쁜 일’을 바꾸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


<맡겨진 소녀>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훨씬 더 좋았다. 클레어 키건의 문장은 부드럽고 여운이 있으면서도 힘이 넘친다. ‘부드러움과 여운과 힘’을 동시에 담는 문장을 본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없는 것 같다. ‘부드러움과 힘’, ‘여운과 힘’이 담긴 문장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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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술을 입에 한 모금도 대지 않는 소설가 ‘마루야먀 겐지’가 떠올랐다. 그는 술이 없었다면 혁명은 거듭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술은 노예들(직장인, 고용인)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적정선의 마약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만남의 자리를 부드럽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지만, 예민해진 감정을 진정시켜 주는 동시에 정의에 찬 분노와 정당한 저항마저 억제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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