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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Feb 09. 2024

함께 서로

보이후드(2014)


한 소년과 가족의 12년 삶을 담은 영화. 감독은 실제로 12년을 촬영했다. 배우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런데 아빠 에단 호크는 세월이 비켜간 듯) 


요즘에는 영화를 볼 때 스마트폰에 눈길이 간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최근’ 영화로 느껴진다. 스마트폰이 ‘과거’와 ‘최근’을 나누는 기준이 된 것 같다. <보이후드>는 딱 그 사이를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보다 휴대폰이 바뀌는 장면에서 세월이 흘러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이 영화는 스마트폰이 시대를 나타내는 소품 같은 것이 아닌 실제일 테니 더더욱.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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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고 12년이 흘렀다. 어린 꼬마 아이는 청년이 되었고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누나는 벌써 독립했다. 엄마는 그동안 세 번 이혼을 하고 홀로 아이 둘을 키웠다. 다행히 아이들 친아빠인 첫 남편(에단 호크)과는 좋은 친구 사이로 남았지만, 이후 두 남편은 안타깝게도(재수 없게도) 모두 주정뱅이였다. 엄마는 똑똑한 여자였지만 새 남편들이 주정뱅이로 변할 것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었다.


엄마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대학을 마치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교수가 되고 큰 집도 샀지만,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자 작은 집으로 옮겼다. 이제는 혼자 살아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아들이 짐을 챙기고 떠나는 날, 엄마는 울음을 터트린다. 단지 아들이 떠나는 것이 슬프다기보다 그동안의 ‘빡센’ 삶이 허무해서 그랬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가부장’적 권력 구조로 된 가족만 아니라면, 대가족 형태의 공동체도 나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서로 돌보면서 사는 관계만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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