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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타 Feb 16. 2024

생존의 무게

로제타(1999)


부자 나라에 살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한 소녀의 삶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한 영화. 보는 내내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주인공 로제타는 영화 속에서 끝없이 여러 종류의 무거운 짐을 든다. 특히 영화 끝부분, 롱테이크와 핸드헬드로 찍은, 가스통을 들고 너무나 힘들게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로제타의 고통이 절절하게 시각화된다. (실제로는 생존해야 한다는 정신적 고통이 훨씬 더 크지만)


잘 몰랐지만 각본, 감독의 다르덴 형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런 정치적, 계급적 문제를 주요 테마로 다뤘다고 한다.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의 갈등도 묘사된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다른 노동자와 경쟁해서 그의 일자리를 빼앗는 상황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장면이 참 묘한 것이, 남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지만 ‘도덕적’으로는 정당하다. 다르덴 형제의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도 다행히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맨 마지막에는 경쟁하고 갈등하던 가난한 사람들이 화해하고 연대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난다.


<파업전야> 같은 직설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계급과 노동, 삶과 ‘생존’의 무게를 느끼게 해 주는 영화. 특이하게도,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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