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1일 금요일.
책을 읽을 때마다 가난을 실감한다.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모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이렇게 모자란 인간이었구나. 책을 읽을수록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요즘에는 책을 구입할 때 웬만하면 전자책을 선택한다. 종이책이 훨씬 읽기 편한데도. 작은 원룸에 더 이상 종이책을 둘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방이 2개 이상 되는 집으로 이사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금 이곳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종이책은 사치다. 아니, 종이책이던 전자책이던 책은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는다. 성공하고 싶어서? 고된 노동을 마친 다음 잠깐의 휴식을 위해? 지식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모두 아니다. 내가 피학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가학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무능과 무지, 그리고 물질적 가난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스스로를 괴롭히는데 기쁨을 느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