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 후기.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by 윤타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지그문트 바우만.


‘모범’적이고 ‘선’하고 ‘순’한 보통 사람들은 체제에 잘 순응한다. 그 체제가 ‘현대적’일수록 체제의 권위는 커지고 사람들은 더욱 잘 순응한다. ‘현대적’이라는 말은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현대적인 시스템은 믿고 따를 만한 것처럼 '보인'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현대적(체계적)으로 진행되었고, 수많은 ‘선(순)한’ 독일인들은 이에 협력했다. 독일인이 아니라 영국인, 프랑스인, 한국인이었더라도 그 결과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살인(악)을 즐기는 인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런 인간의 본성과는 상관없이 인간은 ‘체계적 시스템’에 손쉽게 지배된다.


‘법치주의’는 이 사회가 권력을 쥔 소수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한 개념이자 시스템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법치는 이 사회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운영하는 행정 조직과 공무원들을 견제하고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사회적 행정은 미리 합의된 기준과 제도(법)에 의해서만 운영되어야 한다. 물론 현대 사회도 이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봉건시대보다는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당시 독일 정부의 '법치' 시스템은 홀로코스트를 막지 못했으며 오히려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홀로코스트 같은 ‘국가(집단)적 악’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성’이나 ‘민족성’ 같은 주관적이고 모호한 개념이 시스템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법과 제도가 모호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이러한 모호한 제도는 권력을 쥔 소수가 자신의 입맛대로 바꿀 여지를 제공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국가라는 개념(시스템)은 권력을 쥔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기관의 역할에 충실했다. 인민은 이를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자체를 '변혁'하지 못한 채 일부 수정 보완이나 '개선(개혁)'에 그친다면, 언제든지 나치 같은 세력들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 순(선)한 사람들은 또다시 이들(시스템)에게 순응하게 된다.


권력을 쥔 소수에 의해 자행되는 ‘국가적(집단적) 악’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세력들이 권력을 잡는 것을 막는 시스템, 혹은 이런 자들이 권력을 잡더라도 ‘악’을 실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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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노파심에 추가.


인민(人民, people)은 법학, 정치학 용어로 특정 영역에서 특별한 정치적 권한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국민이랑 비슷한 요소가 많으나, '인민'과 '국민'은 서로 구별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3년에 실시한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구절이 있듯이, 본디 ‘인민’이라는 용어는 민주주의의 주체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위키백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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