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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갤이 윤태 May 06. 2017

프롤로그

중딩은 모르는 마케팅이야기 1

이제 또 글을 쓴다.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짜 마케팅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겉핧기 식의 수많은 마케팅 책들에 질려버린 하지만 마케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것인지를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의욕에 불타 원고를 쓰기 시작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십여 곳의 출판사에게 나의 원고를 보냈고 그리고 거절을 당했었다.

물론 두 세곳에서는 나의 아이디어가 훌륭하다며 (사실 아이디어는 별것 아니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그렇게 이야기한것 같기는했다. 그것은 나의 20여년의 실무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나의 실무노트를 바탕으로 실제로 실무에서 사용되는 마케팅이론과 지식에 대한 마케팅 책을 써보겠다는 아이디어 였다) 관심을 급 보이다가도 책에서 신제품의 가격설정방법에 대해서 쓰기 시작하면 바로"아!! 이부분은 너무 어려우니까 뒤로 보내시죠라거나.. 아니면, 아이고.. 이런 내용은 아마 보려는 분들이 없으실꺼에요... 아니 중학생이 읽어도 알 수 있는 수준으로 써야 한다고 몇번이나 말씀 드렸잖아요.. 이 책을 읽으시려고 사시는 분들은 그렇게 심하게 어려운 내용은 관심도 없고 졸리기만 한다니까요.. 흥미가 있어야지..." 이렇게 말하면서 손을 휘휘 저었었다.


결국 나는 처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판사의 의견에 타협에 타협을 거듭하다가 흥미위주의 마케팅사례 책이 되어가는 나의 원고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아시는가? 모튼소금의 패키지가 살짝 살짝 바뀌어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이 모튼소금의 디자인이 살짝살짝 바뀌어 소비자가 모르게 변화해 가는 방식과 동일하게(이와 관련된 절대식역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살짝만 바꾸는건데 뭐..." 이런식의 자기 합리화를 매번 해나가면서 처음에는 살짝 바꾸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 수정 원고 즈음에 가서는 처음의 나의 기획의도(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높은 수준의 지식)는 찾아볼 수 도 없고 그저 가십꺼리가 될 수 있었던 재미있고 웃겼던 나의 실패담이나 성공사례의 내용을 담는 수준으로 바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바뀐 원고를 받은 출판사에서는 또, 이번에는 최신의 사례를 넣어달라고 계속 조르기 시작했다. "과거의 사례는 이제 식상하잖아요? 올해나 작년의 사례 그런걸 넣어주셔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죠..." 하긴 맞는 말이긴 하다. 과거의 사례보다는 최근의 사례가 관심을 끄는데 도움이 되는것 그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특성이고 구매행동의 특징중에서도 이것저건 한번씩 써보는 저관여 상품을 고를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나의 책이 아니 실무자를 위해 쓰겠다던 마케팅 책이 저관여 상품을 고르는 수준의 책이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그게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책을 고관여 상태에서는 팔기 어렵고(교과서가 아니라면) 그저 재미로 읽어 버리고 또 그와 유사한 새로운 책을 사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일견 맞는 접근이기도 했다.


좋은 상품이 잘 팔리는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이 좋은 상품이라는 말을 내가 하고 가르치고 컨설팅에서 사용하면서도 내가 쓰는 책은 그렇게 잘 팔리는 책으로 남겨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어쩌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남들이 찾지 않아도 그저 앉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고집센 전통을 지켜오는 무형문화재의 느낌을 살짝 느껴볼 수 도 있는것 같았다.

물론 내가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단련해 오신 무형문화재분들과 동급의 높은 수준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렇게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내가 출판사와 타협하며 괴로워 하던 중, 해외수출분야 컨설팅을 의뢰 받게 되면서 "해외수출에 대한 실무서적이 있나?" 라고 하면서 찾다가 읽게된 책이 있었다.


그런데 그책을 읽고 느낀건 "아니 뭐 이런 껍데기 뿐인 책이 다 있나..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은 거의 수박 겉핧기 식으로만 대충 써놓고 연애하는 스토리나 슬쩍 끼워놓고.. 참 나 이런걸 책이라고 쓰면서 전문가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책을 덮으려다가 그 필자의 에필로그를 읽어보았다.

충격적이었다. 그 작가 역시 나와 꼭 같은 생각과 출판사의 회유 그리고 책을 팔아보자는 꼬임에 넘어간 결과물이라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작가분 역시, 처음에는 진짜로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지만 초고, 수정 그리고 또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에 넣어 놓았던 진짜 실무에서 사용할 있는 지식과 사례 그리고 전문성은 차츰 없어져 가고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어려운 수출을 어떻게 시작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무협지의 무림고수가 나타나는 처럼 전문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겉핧기 수출 소설이 되고 말았다는 한탄아닌 한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 책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의논했던 출판사와는 책을 출판하는 것을 더이상 고집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그대로 갖고 있는 지식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시에 참고교재로 사용하거나 블로그에서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읽게 해주는 식으로 만족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블로그와 인터넷의 검색으로 들어오는 분들에게는 내 글의 일부분만 띠엄띠엄 읽히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어렵고 복잡한 내용보다는 결과적으로 그 흔하고 재미있고 유혹적인 쉬운 부분만 읽히는 것이 마음에 계속해서 걸리고 또 걸렸었다.


나는 믿고 있다. 실제로 이 마케팅이라는 것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방법을 알고 싶고, 실제로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이곳 브런치에 희망을 걸어본다. 중딩의 수준이 아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을 위한 책을 쓸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마케팅 책의 가치를 말이다.


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다른책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내 책에 있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소설을 쓸 때의 기준이다. 마케팅이라는 주제에 대해 그 맥락과 필요성에 따라 깊이가 조절된 꼭 필요한 주제들이 한 권으로 망라될 수 있다면, 그 주제들을 어떻게 선정하는 것인가 실무수준에서는 어느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를 알려줄 수 있다면 내 책에서 주는 가치는 많은 교과서에서 모든 조사방법, 모든 브랜드진단방법 등을 기술해 놓은 것보다 새로운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아 줄 수 있는 독자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책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거쳐왔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게 해주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것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저 쉬운것은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주는 나쁜 독약이다. 그런 독약을 계속 해서 먹이고 그것으로 이익을 얻는것은 비록 사업상으로는 옳은 방향이지만 나마저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비록 내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아이러니가 있긴 하지만..)


현재의 Morton Salt


과거의 Morton Salt


프롤로그가 의미없이 길었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남들이 다 먼저 써 버린 소설은 집어 던지고.. 에세이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인포모셜 에세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써보고자 한다.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 한명의 독자라도 "아 꼭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라는 마음으로 읽어준다면 그것 만으로도 나는 기쁘고 행복 할 것 같다.


그럼, 새로운 만남을 위해서


2017.5.6


김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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