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은 모르는 마케팅이야기 24
어제 저녁, 오래간만에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분들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참동안 우리는 우리의 예전 15년전 공부하던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또 현재와 앞으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그 때 배웠던 마케팅의 방법과 방식 그리고 소비자를 이해하는 부분이 많이 바뀌고 있고 바뀔것이고 이미 어쩌면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년전에는 어쩌면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알리고 싶으면 당연히 TV를 통해서 알려야 했고 소위 4대매체(TV, 라디오, 잡지, 신문)을 통해서 광고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누구에게나 이야기 했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3사(KBS,MBC,SBS)가 전체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뭐 다른 방법이 오히려 비 효율적이라는 것이 일견 맞기는 했다.
하지만, 15년 후에 지금은 상황이 어떠한가? 소비자의 소통의 가장 신뢰받는 채널은 JTBC가 된 무서운 상황이다. 어쩌면 예전에 OB맥주를 Hite맥주가 엎어버렸을 때의 그 놀라움과 차별화 그리고 독특한 신뢰등이 뭉쳐져서 새로운 마케팅 대 역전극의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든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천천히 이루어지지만은 않았겠지만 우리는 어쩌면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상태였는지 모르겠다. 변화를 부정하고 그 변화에 대해 폄하하는 입장에서 "뭐 그런게 얼마나 영향을 주겠어..." 라는 태도로 변화를 방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는 광고계획을 세울 때 과거 그렇게 무시하고 남는 돈으로 광고비를 책정하라고 닥달하던 종편채널과 PP채널(PP채널에 대해서는 독자분들이 찾아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특별히 설명은 더 안드리는 것으로 한다)에 비용을 넣고 MBC와 KBS는 시청률이 최근에 문제가 있고 신뢰성에 문제가 있으니 광고를 줄이는 상황이다.
이정도면, 말 다한것 아닌가?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책장을 보았는데 그곳에 떡 하니 있는 한권의 책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가 눈에 띄었다.
이책은 출간된지 10년은 넘었고 이제는 보랏빛 소가온다 2가 나와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간략하게 몇자 적어본다.
이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이렇다.
'이제는 다수의 대상을 타깃으로한 안전한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예외적이고 주목할만한 제품을 만들고 소수의 집단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인 세스 고딘은 앞으로 TV매체와 매스 미디어에 돈을 퍼부어 홍보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거라 경고한다. 대신에 위험 요소를 안더라도 예외적이고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데 투자하고, 이 제품에 열광할만한 소수의 소비자 집단을 공략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 했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 부분을 읽으신 어떤 임원분께서는 모든 광고활동을 접고 PR과 BTL만을 집행하라고 지시하셔서 진땀을 흘린적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정도는 이 부분에 대해서 받아들일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나 이제는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시대라는 점이 과거 우리가 말했던 시장이 작아서 독특하고 소수의 사람이 열광할 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는 핑게는 더이상 둘러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된 지구는 더이상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가 아니고 현재와 미래만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인것 같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글로벌 마케팅의 주제인 Product Lagging의 관점을 가지고 더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다시 세스고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기술 자체가 정말 쓸만하고, 흥미롭고, 훌륭하고, 주목할 만해서 시장이 스스로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시장이 스스로 찾아나설 그런 제품과 서비스와 기술을 당신이 개발해야 한다(p.65)
이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이견이 있지만(왜냐하면 실제와 느낌 이미지는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매트릭스에서 이야기하는 세계관과 마케팅의 세계관은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있다.
본질과, 실체 그리고 그로인한 감정이 실제 그 본질로 부터 나온 것인지 아니면 없는 존재로 부터 나온 것인지 우리의 뇌는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점이 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너무 돌려서 이야기 한 것 같아서 정리해보면, 실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럴듯 한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OLED기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 그 실체가 중요할 지 모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실체를 소비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차별적으로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것이다. 내가 왜 이 제품이 쓸만하고, 흥미롭고, 훌륭하고, 주목할 만해서 내 돈을 내야 하겠다라고 느끼고 실행하게 만들수 있도록 말이다.
세스고딘이 이야기한 의미있는 두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안전한 길은 위험하다', 와 '디자인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다.
기존의 제품은 다수의 소비자를 매혹시킬 수 있는, 적당히 기술력이 있으면서 평범한 특징을 중요시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제품들이 시중에 너무도 많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는 예외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따분한 건 항상 실패로 귀결된다. 따분한 건 언제나 가장 위험한 전략이다. 현명한 사업가는 이것을 인식하고, 사업과정에서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아니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 산업이 잘 안풀릴 때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p.82)
평범하다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며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힘든 따분함, 고리타분함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되었다. 고딘은 그렇기 때문에 무난하고 안전한 길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며 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가?
얼마전 나는 제품에 대한 기획을 진행하며, 디자인 A,B,C안을 소비자 조사 시켰다. 그런데 결과는 C가 1등 A가 2등, B가 3등이었다. 그런데 연령대 별로 디자인 안을 보니 40대는 C안을 1위로 선호한 반면 20대는 B를 가장 선호하였다. 그런데 40대는 B안을 죽도록 싫어하고 20대는 C안을 죽도록 싫어하는 것이었다.
나는 결국 40대와 20대가 모두 두번째로 좋다고 이야기한 A안을 선택하였다. 만약 차별화와 독특성을 골라가야 한다는 명제에 따른다면 우리의 주 Target인 40대가 선택한 C안을 선택했어야 했겠지만 그렇게 선택하기에는 20대가 너무 싫어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 것이다.
고딘이 아마 아마 이런 나의 선택을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욕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마케터의 선택은 어쩌면 우유부단하고 현실과의 타협을 하는 그런 경우도 많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차별화가 되어야만 하고 그 차별화가 평범함을 거부하는 자세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화가, 극작가, 자동차 디자이너, 작곡가, 광고 아트 디렉터, 작가, 그리고 요리사까지,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주 큰 실패를 경험했다. 이런 실패야말로 이들의 성공적인 작품을 위대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이다.(p.79)
실패의 자유가 마케터에게 주어진다면 어쩌면 세상은 좀 더 멋진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아이디어로 채워질 수 있을 텐데 마케터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매출실적과 이해하기 어려운 상사라는 게다가 쥐꼬리만한 마케팅비용이 제약조건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현실과의 타협을 할 것인지를 매일매일 시험받는 의사선택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제품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 즉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말이 등장한다. 바로 '마케터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디자이너다.' 이다.
물론 이정도로 마케터다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어느정도의 과장은 있는것 아닌가?
책에서는 로지텍의 이야기가 나온다. 로지텍 제품의 본질은 자주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한 기능성과 스타일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경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성능을 더 좋게 할 수 있을까보다는, 사용자들이 사용하는데 편리할까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저자가 삼성물산에서 플레오맥스라는 브랜드를 관리했을 때, 가장 벤치마킹을 많이 했던 업체는 로지텍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로지텍이 앞서서 이야기한 기능성과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경영진들이 그렇게 생각했을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고딘은 아마도 로지텍을 컨설팅할 때 로지텍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믿었겠지만 말이다.
로지텍의 상품기획자와 마케터의 능력은 어쩌면 차별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없는 것을 있는 것 처럼 아무것도 아닌것을 대단한 것처럼 차별적으로 포지셔닝 시키고 이야기 하는 능력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 같다. 왜냐하면 그 때 우리도 로지텍과 같은 기능 같은 제품 같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도 그 때 로지텍 수준의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있었는데.. 문제는...
우리가 만들고 제공하는 거의 대부분의 마우스가(약 50개 쯤 되었는데) 같은 표기사항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 반면에, 로지텍은 50여개가 훨씬 넘는 마우스를 가지고 있음에도(사실 그 속을 까보면 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그런 마우스에 그저그런 성능에 그저그런 디자인.. 이었다.) 한개도 같은 설명으로 그 마우스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차별화라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멋진 사례라고 생각된다.
아래에 로지텍의 홈페이지 마우스 이미지를 넣어 놓았는데 웹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마우스별 특징을 한번 살펴보시면 정말 놀랍게도 같은 설명이 없다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그 마우스의 특징을 보여주는 성능, 그리고 기기적 특성을 살펴보시면 더 놀랍게도 웹페이지에서 장황하게 해 놓은 설명은 엄청나게 다른데 기능과 스펙은 거의 똑같은 제품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 시대는 남들과 비슷한 것이 아닌 차별성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과거로부터 연속적으로 계승되어지고 있던 마케팅의 지식도 업그레이드와 발전의 속도가 중요하게 되었다.
소비자의 본성과 특징은 변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천천히 변할 뿐이다. 오늘 이렇게 10여년전의 책을 살펴보면서 느끼는 것은 물이 바위를 자르는 것 처럼 문득 소비자를 볼 때 많이 바뀌고 변화하는 모습에 놀라게 되고 자만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과거에 알고 있던 소비자를 오늘 내가 마주하는 소비자라고 착각하지 말자."
10년째 내 책장을 지키고 있는 보랏빛 소가 온다를 보면서 이저녁에 절실하게 반성하는 마음이다.
한국에서 실제로 마케팅 BM으로 근무하셨던 마케팅 전문가들이 실무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컨설팅을 실행해 주는 전문가 모임. 마케팅 구루 Cafe 가 오픈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제품개발, 브랜딩, 광고제작 및 집행, 그리고 소비자관련 조사와 CRM으로 부터, 빅데이터와 재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들이 일반인과, 실제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분들을 대상으로 교육 세미나와 컨설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많이 놀러와 주세요 김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