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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캔두잇 Feb 13. 2020

독재자적 기질은 바꿀 수 있다

Feat. 『폭군』, 『러브 팩추얼리』, 『일취월장』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난 동네 '골목대장'이었다. '골목대장'은 2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독불장군이었던 내 모습 같다. (출처 : unsplash)


첫째, 동네에서 노는 아이들 가운데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아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동네 아이들 중에서 나이가 많아 '맏형'인 동시에 '대장' 역할을 하는 아이를 말한다.  

둘째, 또래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위축되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 속에서는 기를 펴는 아이를 뜻한다.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비추어보면, 2가지 의미가 모두 해당된다. 굳이 선후관계를 따진다면 학교에서 같은 나이대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해서 동네 나이 어린아이들의 대장으로 '골목대장'을 자처하였다. 


'골목대장'은 정말 매력적이다. 동생들은 내가 하는 말이면 순순히 응하기 때문이다. 

가령, 어린 시절 동네 슈퍼에는 오락기가 있었다. 7~8살 동생들은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해도 잘 못한다. 이때 내가 등장한다. 난 높은 실력을 보여주며 동생이 하고 있는 게임을 도와주는 척한다. 동생들은 순순히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을 나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결국 난 게임을 공짜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동네에 '지현'(가명)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선천적 아토피를 앓고 있었다. 당시 난 지현이만 보면 '피부가 이상해'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이 몰려와 그녀를 같이 놀려댔다. 당시 지현의 심정을 생각하지 않은 채, 아토피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모른 채, 만날 때마다 놀렸다.(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된다...)


'골목대장'은 동네 안에서 권력의 상징이었다. 나의 말 한마디가 힘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선은 있었다. 동생이 확실하게 의사 표시를 했을 때는 의사를 존중했다. 하지만 가끔 있는 일이었다. 대부분은 내가 명령하면, 동생들은 순순히 복종하였다. 하기 싫어도 눈치가 보여 할 수밖에 없었다. 


난 3년 간 골목대장을 역임(?)했다. 3년 후 골목대장에서 퇴임한 이유는 타의적이었다. 동생들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니 깨닫기 시작했다. '골목대장'이 별 거 아니라는 사실, 이렇게 지내선 안 되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맞다. 난 별 거 없었다. 난 동생들에 비해 단지 나이가 더 많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컸을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3년이나 골목대장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의 '골목대장' 생활은 스티븐 그린블랫이 쓴 책 『폭군』에서 나오는 '독재자'와 많이 닮았다. 책 『폭군』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독재자의 삶을 보여준다. 셰익스피어가 왜 '독재자'에 관심을 두었는지, 독재자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지적한다. 셰익스피어는 드라마 속 독재자를 통해 권력이 있는 곳에서는 독재자가 생겨나는 법이고, 권력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 글에서는 내가 어린 시절 골목대장이 된 이유를 애착 이론과 연결시켜 살펴보고 독재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골목대장'의 비화, 남다른 애착관계


어린 시절, 당시 부모님은 바쁘셔서 나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누나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는 객지에서 일하셨다. 서울, 경기도, 대구, 전남, 광주, 제주도... 지방에 돌아다니면서 일하느라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셨다.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저녁 9시에 마치셨다. 버스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밤 10시였다.

누나들은 고등학생이었다. 공부하기 바쁜 시기였고, 사춘기였다. 초등학교 동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땐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누나들한테 친구가 있었으니깐.

출처 : unsplash

이렇듯, 어린 시절 난 '애착 관계' 형성이 쉽지 않았다. 애착관계는 존 볼비가 창시한 '애착 이론'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애착 이론이란 위험한 시기에 자신을 지켜주고 궁극적으로 자신을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줄 사람들에게 들러붙어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진화론적 이론이다. 책 『러브 팩추얼리』에서는 애착 이론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애착 이론은 어린 시절의 양육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파트너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애착 이론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신들을 향해 다가가는 우리의 노력에 반응을 하게 되며, 우리는 성인이 된 이후의 로맨틱한 관계에 본보기가 될 내적 모델을 형성하게 된다. 

내적 모델은 우리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잠재의식적인 예측을 하게 된다. 

애착 시스템은 우리의 생각과 기억과 행동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력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의 이성과 의식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다. 

우리 각자에겐 일관된 '애착 스타일'이 있고 그런 스타일이 우리의 로맨틱한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책 『러브 팩추얼리』中


난 남들과 다른 애착 시스템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남다른 애착 시스템은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통 또래 아이들은 같은 나이 때 친구들과 친하게 지낸다. 반면 난 동네 골목대장을 자처하고 나이 어린 동생들을 친하게 지냈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동네에서는 활기찬 대장이었다.

 

어린아이들이 나를 '대장'으로 대접해주는 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한 말이면 무엇이든지 잘 따랐다. 마치 '독재자'처럼 말이다. 책 『폭군』에서는 독재자의 성격적 특징을 언급한다.

남을 불신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나르시시즘)

남을 제압하려는 충동적 욕망이 있다.

자신의 자질을 괴이할 정도로 과대평가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온전하고 단단한 상태에 있는 것을 추구한다.

세상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여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될 때만 그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남들의 감정 따위는 독재자에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인간적 감정을 남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예의가 바르지도 않다.

남의 약점을 잘 찾아내는 재주가 있고, 남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일에 능하다.


덧붙여 독재자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 이유는 잘못된 애착관계 형성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린 시절 정상적 애착 관계 형성 실패'와 '배우자의 욕망으로 점철된 사주'가 리처드·맥베스·코리올라누스를 독재자로 이끈 셈이다.

리처드의 독재자적 기질은 어머니 요크 공작부인의 혐오와 염증에 의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고통이 원인이었다.

리처드는 강압적 복종을 강요하였다. 자신이 강압적임을 알고 있었다. 남들이 자신의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리처드는 절대적 복종을 즐겼다.   

『폭군』의 『리처드 3세』
맥베스의 아내는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는 말을 자주 했다. 가령, 아내는 거짓말을 못하는 맥베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얼굴은 책 같아요.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방 읽을 수 있어요."

맥베스의 아내의 사주는 맥베스의 성적 불안을 유발하여 기존의 왕(던킨 왕)의 살인을 실천하도록 하였다. 맥베스가 살인 계획을 머뭇하자, 아내는 남자다운이라는 문제로 맥베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는 살인을 실행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왕이 되었다.

『폭군』의 『맥베스』
아버지 없는 코리올라누스의 무자비한 심리와 정책은 그의 어머니이며 무서운 여자인 볼룸니아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아들과 명성과 공명에 집착하였다.

그녀는 군사적 영광이라는 지고한 목적에 집중하며 아들을 교육했다. 그녀는 아들의 '부드러운' 신체를 보호하는 일에는 어머니다운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 전쟁에서 입은 아들의 상처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폭군』의 『코리올라누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난 골목 '대장'이 아니라 골목 '독재자'였던 것 같다. 그 시절 내 성격은 다음과 같았다.

난 명령했고, 동생들은 순순히 응했다. 

명령을 빨리 이행하지 않으면 재촉했다.

동생들의 칭찬에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었고 계산적이었다.

오로지 나의 만족감만 추구했다. 남을 조롱하기 잘했다. 

친구들과 함께 남의 약점을 가지고 놀렸다. 


결국 나의 어린 시절 남다른 애착관계가 무릇 독재자처럼 '골목대장'의 형태로 발현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난 어떨까? 아직도 독재자적 기질이 남아있는가? 남아 있다면 어떻게 해야 독재자적 기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제2의 골목 독재자가 되지 않으려면



출처 : unsplash


책 『폭군』에서는 독재자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적 기록에서 불안정한 독재적 통치자가 기적적으로 이성을 회복하는 일이 별로 없다.


또 『러브 팩추얼리』에서는 미리 형성된 애착 관계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애착 스타일은 80퍼센트 이상 유아 때부터 19세까지 한결같다는 걸 밝혀냈다. 단 트라우마는 애착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폭군』과 『러브 팩추얼리』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어린 시절 남다른 애착 관계를 가지고 있고 '골목대장'이었던 내가 잠재적으로 '독재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영성 작가·신영준 박사가 쓴 책 『완벽한 공부법』과 『일취월장』에서는 독재자적 기질을 바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매타인지'와 '반성적 사고'이다. 



책 『완벽한 공부법』에서는 '메타인지'를 이렇게 정의한다.

메타인지란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아는 능력이다.


책 『일취월장』에서는 '반성적 사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결정된다. 과거에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반성적 사고'다.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반성하게 되면 '메타인지'가 올라간다.

이러한 '반성적 사고'는 부정적 승자효과를 상쇄시켜 주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일상에서 반성적 사고를 실천하기 위해선 '기록'이 최고의 방법이다.

책 『일취월장』 中



『일취월장』에서 나온 '부정적 승자 효과'란 『폭군』에서 말하는 독재자적 기질, 『러브 팩추얼리』에서 언급하는 '불안형·회피형 애착 시스템'과 같은 맥락이다. 부정적 승자 효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다양한 실천과 노력을 통해 나 자신의 매타인지를 높이고 반성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변화를 이루는 행동 3가지


출처 : unsplash

끝으로, 현재 나 자신의 메타인지를 높이고 반성적 사고를 하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행동 리스트 3가지를 언급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의 '매타인지를 높인다'

2019년 4월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체인지 그라운드 추천 책을 읽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물론 메타인지를 계속 높여 나가야 한다...) 가령, 책 『러브 팩추얼리』를 통해 나의 애착 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책 『폭군』을 통해 내 내면에 독재자적 기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의 지식을 나 자신에게 적용하면서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며 매타인지를 높일 생각이다. 


둘째, 서평 글쓰기를 통해 나와 '마주'한다.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는 말한다. 

독서 후 서평 글쓰기는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아웃풋 과정이다. 


서평 글쓰기는 독서로 채우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더욱 높여준다. 또 서평 글쓰기는 나의 실천력까지 높여준다. (독서 후 서평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셋째, 심리상담사와의 상담을 통해 '반성'한다.

'내가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러브 팩추얼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인터뷰이 알렉산드루는 말한다. 

"저는 제가 잘못이 있는 줄 몰랐어요. 내 행동을 제대로 인식한 계기는 치료 전문가를 만나고 나서부터였어요.
문제를 해결하려 외부에서 도움을 찾으려 한 건데, 아마 그 누구도 외부 도움 없이는 자신의 문제 행동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할 거예요. 근데 특히 은밀한 사생활 문제로 전문 치료사를 만나러 가려면 왠지 남들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볼 때 그건 잘못된 일 같습니다.
당사자일 경우 자신의 인간관계와 관련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건 파트너도 못 보죠. 외부의 사람들만 금방 볼 수 있는 겁니다....(중략) 제삼자가 보면 바로 당신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그래서 바로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빨리 문제 해결에 나설수록 더 좋습니다." 


최근 난 알렉산드루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심리상담사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다. 심리상담사 선생님은 무의식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끔 도와준다. 난 그 모습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반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선순환적 피드백 시스템은 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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