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눅눅하게 더운 늦여름, 갓 샤워를 마치고 나와 대충 말린 머리카락에선 물기는 뚝뚝 떨어지고, 선풍기는 탈탈 돌아갑니다. 쿠바행 비행기 표와 일정이 빼곡하게 적힌 캘린더를 번갈아 바라보다 음악 볼륨을 올리고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살사 공연을 보고 있는 나, 그리고 내일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나. 어느 쪽이든 둘 다 훌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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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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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원대한 꿈을 지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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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콘 비치를 내일 당장 거닐 수 없으니 그곳에 갈 꿈을 꾸며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를 끄고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겠어요. 쿠바행 비행기 삯을 벌기 위해 내일도 기쁘게 일할 겁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민트 화분과 탄산수를 사 와야겠어요. 모히토를 만들어 마시며, 쿠바 여행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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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여행을 떠나는 순간보다, 떠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할 때가 있어요. 몽롱한 기운에도 코끝에 걸린 민트 향과 미소가 떠나지 않는 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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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이거나 사랑이거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