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의 소설 <한낮의 연애>를 읽다, 그들의 관계가 이어지는 장소 ‘맥도날드’란 단어를 읽으며, 압구정 로데오에 있던 맥도날드가, 우리 동네 사거리에 생겼던 맥도날드가 생각났다. 압구정 오렌지족이 엇비스름하게 지나간 시대였나, 같은 시대였나. 불고기버거를 야무지게 베어 먹으며, 양배추의 아삭함을 느끼며, 콜라를 마시면 꽤나 세련된 아이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뉴스에서 맥도날드를 ‘정크푸드’라 칭하며 비난할 땐 배신감보단 추억이 훼손된 느낌이었다.
용돈을 쪼개 불고기버거를 사 먹던 나는 이제 불고기버거보다 비싼 프리미엄 버거를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불고기버거가 제일 맛있다. 불고기버거의 추억도 시절마다 다르다.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서 책을 쓰던 시기엔 버거킹에서 불고기와 퍼 주니어를 먹으며 20대를 보냈다.
맥도날드에서 시작해 버거킹으로 옮겨진 햄버거의 역사는 이제 수제햄버거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만든 버거를 찾으며 건강... 을 생각하게 됐다. 브루클린 버거의 아보카도 버거 같은 특색 있는 햄버거를 취하다 지난주엔 집사람이 롯데리아에서 한우불고기버거를 사 왔다. 햄버거를 받아든 순간, 단숨에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며 건강하지 않은 맛이 주는 행복감에 취했다. 씹으며 생각했다. 역시 햄버거는 불고기버거야. 취향은 이다지도 변하지 않는 건지.
소설에서 나온 맥도날드에 대해 생각하다 음식에 대해 생각한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아직 온도는 차갑지만 틀림없는 봄비 일게다. 오늘이 가면 삼 월이니까.
삼월의 첫날, 내일은 콩나물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달큼한 달래장을 만들어 슥슥 비벼 먹어야겠다. 아침 겸 점심으로 향긋한 봄 밥을 먹고, 저녁이 가까워 오는 오후엔 블랙 올리브와 마늘 슬라이스를 넣고 오일 파스타에 모다 와인을 한 모금 마셔야지. 파스타엔 베이컨을 넣을까, 새우를 넣을까? 마늘종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친구는, 친구에게 보내는 카드를 통해 오늘을 spring-eve라고 표현했다.
봄이 온다는 사실 만으로 시, 가 되는 시간들.
내일 아침 먹을 봄밤과 삼월의 시간들을 기다리며
봄비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