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관한 집착

by 이윤우

우리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이유는 이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인데, 실은 거의 부당하지 않다는 걸 늘 알고 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상황에 놓이게 된 건 실은 우리의 선택 때문일 확률이 높은데,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도무지 잘못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인정하는 순간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부정해야만 해서, 그러자니 내 삶이 너무 불쌍하고 갸륵해서 우선 억울함과 화로 방어진을 설치한다는 말이다. 왜 당신 인생이 불쌍하고 갸륵하면 안 되냐는 게 핵심이다.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늦을 때도 있고, 이 사람 저 사람 차마 겪어보지 못해서 모를 때도 있는데 그걸 꼭 내가 못났니,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니 상상의 집을 쌓아 올릴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요즘 세상은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지 않는 걸 몹시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건 내 본모습에 자신이 없음에서 시작한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다른 사람 샘이나 내는 본성 그대로 사는 게 무서울 수도 있고,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를 쓰고 어떻게 보이기를 자처한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곧 나의 본모습이라고 믿기 시작한다는 건데 여기서부터 병이다. 우리가 느끼는 억울함, 화, 자기 연민, 그런 것도 내 본모습이 뭔지 몰라서 나는 도무지 이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이 왜 그런 대우를 받으면 안 되는 사람일까? 당신은 사람을 외모로 나누고, 돈의 있고 없음으로 나누고, 어떤 사람인 것 같은지로 나누고, 듣기 싫은 말하면 나쁜 사람이라 확신하고, 말이 거칠고 행동이 서툴면 멀리해야 할 부류라 믿는데, 세상이 왜 당신을 귀하게 여겨야 할까?

이렇듯 ‘ 어떻게 보이느냐 ’에 환장해 중요한 건 다 놓치고 사는 세상이 되었는데, 보살이 되어 기도를 해보고 안 거지만 ' 어떻게 보이느냐 ’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거다. 뭐 대단한 상깨나 받았다고 티비 나오는 놈 가운데 정상인 놈 드물고, 어디 부잣집 아들이라 봐 줄 만한가 했더니 부모 고혈이나 빨아먹는 어리석은 놈이고, 글깨나 쓴다고 입이 쉬질 않길래 봐줬더니 온통 가면 쓴 글들 뿐이고, 이게 돈이 되고 관심이 되니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한 거라 믿겠지만 진짜 당신 것도 아닌데 평생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 것부터 이상하다.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하고 살면서 진짜 당신은 누군지도 모르면, 돈이 있건 없건 아주 외로울 거다. 내가 누군지 여태 몰라서, 무엇이 내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세상이 어떻고 남이 어떻고 궁리할 시간에 당신이 누군지를 봐야만 한다. 나는 이걸 사람들이 하루라도 빨리하길 바란다. 당신이 누군지 알아야, 어떤 사람인지, 어떤 본성을 지녔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치를 깨달으면 억울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어 빠르게 인정하고 고치고, 더 많은 사람을 반길 수 있다. 바보 같은 사람들 사이에 나 홀로 묵묵히 싸운다는 이상한 믿음에 휘둘리지 말고, 어떤 사람은 나를 콧대 높은 싸가지로, 자기 연민에 휘둘려 맹점은 못 보는 바보로,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환자로 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늘 끼고 가라. 그래야 당신이 환영받는 세상이 올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밤만 되면 생각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