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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훈 Sep 14. 2019

8,760 시간의 기록

1년 동안 24시간 한순간도 빠짐없이 기록한 후 느낀 점


8,760 시간 = 24시간 x 365일


정확히 1년을 시간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저는 시간을 기록합니다. 매일매일, 24시간을.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하루 24시간을 완전히 기록하기 시작한 지는 500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순간에는 약 12,300시간 지났습니다. 제가 24시간을 모두 기록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시간을 어떻게 기록해요?'

'시간 기록하면 뭐가 좀 나아져요?'


개인적 경험이지만,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해서 저와 비슷한 노력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저 스스로도 앞으로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해, 시간을 기록하면서 메모해 두었던 생각을 바탕으로 아래 질문들에 답하며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나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나는 시간을 어떻게 기록을 했는가?

시간을 기록을 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


1.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 시간 = 내가 할당해야 하는 자원 


8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약 30,000일 정도를 살 수 있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저는 인생의 11,555일을 살았고, 17,645일이 남았습니다.



위 차트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11,555일 동안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17,645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Dropbox의 창업자 드류 하우스턴이 2013년 MIT졸업식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우스턴은 24살에 우연한 기회에 앉아서 인생에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 계산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인생의 1/3인 9,000일이 지난 것을 깨닫고 남은 21,000일을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Dropbox를 창업했지요.


드류 하우스턴의 연설을 보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내가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나는 얼만큼의 시간을 사용했고, 얼만큼의 시간이 남아있을까?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저도 엑셀을 켜서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위에 보인 것처럼 파이 차트를 그려보았습니다.


무한하다고 생각한 저의 시간을 그려보니 유한한 자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세분화하고 사용할 것인지는 온전히 저에게 달려있습니다. 그 후부터 체계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으로 아래 자동으로 계산되어 산출된 파이 차트를 봅니다. 



그리고 이 차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오늘, 몇 시간이 지났고, 몇 시간이 남았지?"

"이번 주, 며칠이 지났고, 며칠이 남았지?" 

"이번 달은? 올해는?"

...

"저 회색 영역을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채워야 할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오늘 하루(가장 왼쪽 그래프)는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까?"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매일 새롭게 채워지는데, 나는 이 24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시간은 내가 어디에 할당할지 연속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자원이 아닐까?"


그리고 오늘도 하루를 적어 내려갑니다. 내가 채우고 싶은 시간대로 제 시간을 채워 나가기 위해서요. 시간이라는 자원은 유한합니다. 불행히도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시간을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24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매일 주어진 24시간이라는 자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선택을 합니다. 어디에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지 말이죠. 예를 들어, 오늘 내가 술을 마셨다면 다른 활동을 포기하고 술 마시는 일에 투자를 한 셈입니다. 반대로 술 마시는 일 대신 책을 읽었다면 책 읽는 시간에 제 자원을 투자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시간은 불가역적 자원입니다. 우리가 이미 투자한 시간은 다시 선택할 수 없습니다. 돌아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쌓여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시간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점은 명확해집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그러기 위해서 어떤 활동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2.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 언제부터 언제까지 무엇을 했는지 적는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 구체적으로 제가 한 활동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시간을 기록한 방법은 단순합니다.


1) 언제부터


2) 언제까지


3) 무엇을 했는지


이렇게 세 가지를 적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죠.



1년 8,760시간을 기록하고 나니, 6,000줄 이상의 엑셀 기록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스프레드시트에 적은 것을 캡처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엑셀을 전체적으로 보면, 아래 모습입니다. 실제로 제가 작성하는 열(column)의 종류는 몇 가지가 안되지만, 피벗 테이블/차트로 분석을 용이하기 위해 자동으로 계산되는 값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Raw data를 기록하고 나면, 피벗테이블과 차트를 통해 좀 더 insight를 주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내 시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저는 어떻게 매일매일의 시간을 사용했을까요?


2017년 5월 시간 사용 그래프


막대그래프 순서대로 일, 월, 화, 수, 목, 금, 토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범례는 가렸습니다. 2017년 17번째 주에는 회사 업무가 꽤 바빴는지, 잠을 많이 못 자고, 꽤 많은 시간을 회사(흰색)에서 보냈네요.


그렇다면 지난 10주는? 어떻게 보냈을까요? 



수치들이 조금씩 들쑥날쑥하는 것들이 보입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랬는지는, raw data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10달은? 어땠을까요?



지난해 8월에는 휴가를 길게 다녀와서, 회색 영역으로 표시된 ‘여행'이 크게 자리 잡혀 있네요. 12월에 회사를 옮기면서 업무시간(흰색)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24시간을 이런 식으로 기록하고, 이렇게 리뷰합니다. 실제로는 좀 더 복잡한 형태로 시간을 계획하고, 리뷰합니다. 특정한 기간에는 특정한 KPI를 설정해서 그것을 따로 트래킹 하기도 합니다.


제가 리뷰하는 제 실제 엑셀 창은 대략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제가 시간을 기록하기만 하면요.


이렇게 매일 엑셀에 하나하나 제 활동을 정리하는 일은 분명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찮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내가 실제로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매우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는 나의 시간 사용과, 실제 나의 시간 사용은 매우 큰 GAP이 있었습니다.


2. 측정하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시간을 측정하면, 시간 사용에서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명백하게 잘못 사용한 시간, 낭비되고 있는 시간들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


3.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한 노력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시간을 낭비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때 더 효과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시는 분이 있다면, 1주일만 시간 사용을 적어보세요. 완벽하게 정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추세는 볼 수 있으니까요.


3. 시간을 기록하면서 느낀 점


기록만으로도 시간 사용이 달라진다

시간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더 잘 사용하게 됩니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내가 자원으로 인지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인지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허비하고 있던 시간도 줄어듭니다.


내 시간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다.

적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내가 얼마나 자고, 얼마나 회사에 있고, 친구들을 몇 번 몇 회 만나며, 인터넷을 하고, TV를 보는데 내 인생의 어느 정도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나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검토해 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쓰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덜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각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것을 인지한 후로는 일부러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을 더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며칠 동안 힘들고, 며칠 째 완전히 life cycle이 돌아오는 지를 알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밤을 새워서 일하면 며칠 동안 컨디션을 회복하느라 오히려 일 하는 시간도 줄고, 일의 퀄리티도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활 리듬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간을 배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

'지금의 나 = 과거의 내가 선택한 시간의 합'이며 '미래의 나 = 지금부터 선택하는 시간의 합'입니다. 고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시간을 관리해야 해야만 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좋던 그렇지 않던 지금의 내 모습은 여러 가지 요소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소하게는 내가 먹은 음식, 수면시간, 생각한 것들, 움직인 거리부터 크게는 내가 한 행동들, 내가 만난 사람들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요소 합쳐져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가 사용한 '시간'입니다. 결국 나의 현재는 내가 보낸 과거 시간의 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돈'이다 라는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을 쓰는 것은 '돈'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의지에 따라 사용하는 시점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지만, '시간'을 사용하는 시점은 나의 의지와 무관합니다. '시간'은 우리의 사용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흘러 지나갑니다. 게다가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잘 쓰려고 들이는 노력보다, '시간'을 잘 쓰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번 글은 제가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1년 동안 제가 시간을 기록했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간단한 소감 정도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 사용의 측면에서의 전략’과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Idea’등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Written by 윤영훈

Edited by 조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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