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조쉬분 감독의 <안녕, 헤이즐>

by 유옥


영화 <안녕, 헤이즐>은 존 그린(John Gree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한부 10대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한부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소 우울한 느낌이 들지만, 이 영화는 그저 사랑스럽고 유쾌하기까지한 아름다운 영화였다.


간절하지만 절절하지는 않은, 그들의 시한부 로맨스

주인공 헤이즐은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 일찍부터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또래에 비해 매우 성숙하다. 종양이 폐로 전이되어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다니며, 산소 공급기에 의지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남자 주인공 거스는 오른쪽 다리에 암이 퍼져 절단 수술을 받아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그런데 이 친구, 굉장히 매력적이다. 살인미소에 재치 있는 입담까지 더해져,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2290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bn7PPKjONi%2F%2FzyS801HLoLP9%2BE%3D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이 머지않아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헤이즐은 자신의 죽음보다도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사람들을 더 걱정하죠.
반면 거스는 ‘망각’이라는 말을 자주 꺼냅니다. 항상 밝고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사실은 죽음 그 자체보다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사랑할 때는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
시한부라고 해서 구구절절한 사랑을 하는게 아니라 평범한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을 나눕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엄마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2290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7pPJo1A1b6j5ZVQ9rG6O7A0fBk%3D


영화는 이들을 특별한 존재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죠.
어릴 때부터 죽음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지,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서 담담하게 받으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역시 적어도 겉으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태도로 그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자칫하면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위트 있는 대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관객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다만 이들의 사랑이 슬플 수밖에 없었던 건,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생각과 경험,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그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순간, 헤이즐은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조차 욕심이라고 느끼는 인물이니까요.

영화의 후반부, 고통스러워하는 헤이즐에게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행복하지 않았니. 우리도 널 그렇게 생각한단다.”

삶과 죽음, 그리고 잊혀진다는 것

두 주인공이 시한부 환자인 만큼,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헤이즐은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궁금해합니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이 그녀가 집착하듯 사랑하는 책의 ‘뒷이야기’를 통해 잘 드러납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 줄까?”, “우리는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와 같은 아주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갑니다.

영화에는 인상적인 명대사들이 참 많지만,
저는 특히 마지막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영화 <안녕, 헤이즐>은 연인 간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친구 간의 관계 속에서도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행복을 그려내는 영화였습니다. 존 그린의 원작 소설《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를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날, 사랑하는 인연과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OST도 정말 좋습니다!)


영화 <안녕, 헤이즐>은 존 그린(John Gree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한부 10대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한부라는 단어를 들으면 다소 우울한 느낌이 들지만, 이 영화는 그저 사랑스럽고 유쾌하기까지한 아름다운 영화였다.

간절하지만 절절하지는 않은, 그들의 시한부 로맨스

주인공 헤이즐은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 일찍부터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또래에 비해 매우 성숙하다. 종양이 폐로 전이되어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다니며, 산소 공급기에 의지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남자 주인공 거스는 오른쪽 다리에 암이 퍼져 절단 수술을 받아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그런데 이 친구, 굉장히 매력적이다. 살인미소에 재치 있는 입담까지 더해져,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2290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bn7PPKjONi%2F%2FzyS801HLoLP9%2BE%3D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이 머지않아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헤이즐은 자신의 죽음보다도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사람들을 더 걱정하죠.
반면 거스는 ‘망각’이라는 말을 자주 꺼냅니다. 항상 밝고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사실은 죽음 그 자체보다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사랑할 때는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
시한부라고 해서 구구절절한 사랑을 하는게 아니라 평범한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을 나눕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엄마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22907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k7pPJo1A1b6j5ZVQ9rG6O7A0fBk%3D


영화는 이들을 특별한 존재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죠.
어릴 때부터 죽음에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지,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서 담담하게 받으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역시 적어도 겉으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태도로 그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자칫하면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위트 있는 대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관객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다만 이들의 사랑이 슬플 수밖에 없었던 건,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생각과 경험, 책임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그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순간, 헤이즐은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조차 욕심이라고 느끼는 인물이니까요.

영화의 후반부, 고통스러워하는 헤이즐에게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행복하지 않았니. 우리도 널 그렇게 생각한단다.”

삶과 죽음, 그리고 잊혀진다는 것

두 주인공이 시한부 환자인 만큼,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헤이즐은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궁금해합니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이 그녀가 집착하듯 사랑하는 책의 ‘뒷이야기’를 통해 잘 드러납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 줄까?”, “우리는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와 같은 아주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갑니다.

영화에는 인상적인 명대사들이 참 많지만,
저는 특히 마지막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영화 <안녕, 헤이즐>은 연인 간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친구 간의 관계 속에서도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행복을 그려내는 영화였습니다. 존 그린의 원작 소설《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를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날, 사랑하는 인연과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OST도 정말 좋습니다!)


img.jpg


매거진의 이전글가져갈 게 없는 나라로 꼽힌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