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엽여비소엽 Sep 11. 2017

짚어보기(外)

그릇








나이가 중요한 것도 아냐.


외모가 모든 걸 결정짓지도 않지.


너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야.


네 몸매 때문이 아니지.


표정과 행동 때문이 아니야.


네가 하는 말들과 표현방식 때문도 아니지.


우린 그저 그릇일 뿐이잖아, 그렇지?


수년 수십 년 부딪힌 세월이 깎고 담겨진 그릇.


그릇 자체의 색깔과 재질은 정해져 있을지언정,


침식되고 부식된 풍파의 흔적은 제각기 그릇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


그 수년간의 인생의 노고를 치하해.


네게 결정된 인생의 결론들을 존중해.


하지만, 내 모양과는 달라. 그뿐이야.


이렇게 또 보고 싶지 않은 너의 흠집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서 미안.


알 수 없는 이 차이로 알 수 있는 모든 괴로움을 되짚게 해서 미안.


그렇지만 어쩌겠어. 우린 그릇 들일뿐인걸.





작가의 이전글 짚어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