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혼자 해외여행을 갔을 때, 마지막 날 좋아했던 공원을 다시 방문해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 두고 가야 하는 도시의 강과 바다의 경계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그랬다. 지금도 그런 기분이다.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야 오래도록 내 안에 새겨질지 모르겠다. 그냥 많이 걸었고 많이 달렸던 길을 아무 이유도 없이 발 가는 대로 달리다 멈추고, 또 달려 보고 그랬다.
인사도 다 드렸고 정리도 마쳤고 여유 있게 걸을 시간도 남겼다. 축복처럼 내가 가장 좋아했던 풍경들을 다 볼 수 있었다. 어제는 맑았고 밤에도 파도가 높았다. 바다가 살아 숨 쉰다는 증거가 해안에 가득했고 지금은 오늘의 만조다.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고 비가 그친 직후의 거친 바다를 보며 떠날 수 있다니. 범섬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 빛무리가 적어 더 선명한데, 덕분에 선명한 바위섬들과 수평선도 보고 있다.
여는 또 물에 잠겼고 내가 어제 올라섰던 바위들도 바다에 잠겼다. 모든 게 날 위한 것만 같다. 밀려오는 거센 파도는 가라고, 가라고, 내 등을 떠미는 듯하다. 나는 늘 엘사를 동경했지만 결국은 안나를 더 가까이 느꼈다. 정말로 마법이 없어도 어른이 될 수 있고 여행을 할 수 있나 보다. 다친 무릎의 욱신거림도 부어오른 발도 코를 찌르는 짠 비린내도 손이 찐득해질 정도의 염분도 다 내가 지금, 여기, 발 디디고 서 있다는 뜻이다. 나를 증명하는 감각이다.
또 한참 길어졌다. 수다쟁이는 이제 뭍으로 간다. 다시 이 바다에 올 때까지 또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