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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Oct 29. 2023

오늘은

Today is



한국에는 노는 명절이 없다. 일하는 시간도 참 길다. 일하다 맞이하는 죽음이 숱했으므로, 누군가 몸을 불태웠고 주목받았고 안쓰러워했고, 그 이후로 그나마 덜했으나, 이제는 모르겠다. 주 4일제가 머지않은 미래 같았는데 69시간을 보장하라 외치는 게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나 싶다. 또다시 누군가 몸에 불 붙였으나 놀랍도록 조용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외국의 명절을 가져다가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전 부치지 않고 일하지 않는 명절. 그래서 놀러 가 죽은 게 괘씸하신가. 어느 선박도 어느 외국의 명절도 자꾸 본질을 흐린다. 자꾸 잃어버린 청춘들이 는다. 더러는 보상금을 받았다는 소문에 이제 그만하라고 한다. 다들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고 보상금을 받는 게 더 이득일 가정에서 나고 자라셨나.


나는 놀러 가서 죽은 삶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난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겠어. 얼마나 힘겹게 살다가 겨우 하루 놀러 나갔을 텐데. 분노하지 않기 어렵다.


그렇게 외국으로 많이 놀러 다니는 누군가를 보면, 놀러 갈 예산을 늘렸다는 누군갈 보면 감히 그런 마음을 품기도 한다. 너도 그렇게 놀러 다니다가 꼭.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그렇게 뒈져버리라고.


8년 내내 4월은 몹시도 그물거렸다. 진상을 밝히지 못해 괴로워하는 셜록들만 가득했다. 그때와 비슷하게 흘러가는구나.

“국가에서 주최한 행사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질 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라고 당당하게 목소리 내는 누군가가 있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말하는 저 태도가 부럽다. 수치를 가르치지 않는 어느 동네에서 왔다던가. 저런 사람이 반절은 있어서 또 이렇게 됐나. 다시 한번 우울과 분노는 지성의 산물인 듯했다.  


권리도 없던 어린 나는 어른들이 휘두르는 대로 끌려가기만 했다. 그게 퍽 서러웠다.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덕분이야. 그래서 그 대가로 어린 목숨을 다 잃은 거야. 나도 저들처럼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먹은 나이 덕분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내년 4월은 조금 덜 흐릴 수 있게 내가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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