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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ul 03. 2022

혹시 모르니까_영어로

Just In Case

캐나다에 이민을 오기로 결정을 하고 나서부터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바로 영어에 대한 큰 두려움이었다. 사실 내가 처음 영어를 접한 시기는, 대략 7살 무렵. 엄마가 어디서 얻어다주셨는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영어 테이프였다. 그 때만해도 CD플레이어는 당연히 없었고, 테이프를 꽂아서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저렴한 라디오겸용 테이프플레이어(?)라고 해야 하나? 밖에는 없었다. 


엄마아빠가 일하러 가시고 나면 심심한 오후시간에는 엄마가 사주신 동화 테이프, 영어 테이프 등을 동생이랑 듣고는 했는데, 테이프도 많지는 않고 한 대 여섯개가 있던 것을 듣고 또 듣고,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돌려 들었던 것 같다. 주로는 동화 테이프를 들었지만, 영어테이프도 호기심에 듣고는 했었다.


거기서 내가 처음 듣고 기억한 단어는.. "베철 넘버원" 이었다. 그래 넘버원은 알겠는데 베철이 뭐지? 나보다 한살 어린 동생이랑 아무리 갸우뚱 거려봤자, 영어 테이프의 내용은 우리를 돌봐주신 (친)할머니도, 사실 그 테이프를 사주신 엄마도 알수는 없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Question Number One 이었을거라 추측하는데, 싸구려 플레이어에서 정확한 발음이 나오지도 않았을거고, 정확한들, 나에게는 어차피 Question. 은 알아들을수가 없는 단어였다. 


그 뒤로 학교, 학원, 학습지, 과외, 전화 영어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접했고, 중3때는 외고시험을 치루기까지 했지만, 낙방을 했다. 그렇다해도, 대학에 가서도 영어에 대한 흥미는 잃어버린 적이 없다. 영어도 피아노도, 뭔가 굉장히 광범위해서 파도 파도 끝이 없이 알아갈 방대한 양의 Resource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나라에 가서 영어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감인데, 특히나 현지에 도착후, 여행이 아니라 집을 사기 위해 리얼터(부동산 중개인)를 만나는 시점에서는, 해외 연수 경험도 전무하고, 한국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실력으로 이게 과연 의견 소통이 될까에 대해 부담감이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리얼터와의 대화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내가 갑. 그는 을. 심지어 우리 부부가 집을 보러가서 한국어로 대화를 해도, 눈치채고 영어로 묻기도 전에 대답을 해줄 정도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사람들은 원어민이라 내가 단어 몇가지만 나열을 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었다. 알아듣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원어민들은 그 어떤 Broken English 라도 이해를 해준다. 


그 뒤로는 케네디언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롭게 배운 영어표현들을 적어두고, 외워보고, 비슷한 상황에서 써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 때, 리얼터에게 배운 표현 중에 하나가 바로 Just in case 이다. 뜻으로는 "그냥 혹시라도" 정도의 뉘앙스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Just를 빼고 In case 라는 말도 많이 쓴다. 혹시 라는 뜻이 된다. Just는 약간 더 강조하는 느낌이다. 그럴일 없지만 만일의 경우에. 그정도 느낌이다.


10명이 올거라고 예상하지만, 혹시라도 더 많이 올까봐 와인을 좀 더 샀어.
만에하나, 혹시라도 :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자가 대비하는 법
그냥 혹시라도 아무도 당신에게 오늘 말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멋져요!"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소통이 잘 안 될 것 같다는 답답함이 늘 존재하는 이민 생활이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곳이니까, 또 일종의 짜릿함(?)과 재미도 있기는 하다. 영어로 실수해서 이불킥한 경우도 셀 수 없이 많다. 완벽해지려고 하면 절대로 만족할 수가 없고, 그저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원어민은 절대 절대 될 수가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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