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M 교재가 오다
한국과는 다르게 캐나다에는 레벨 테스트가 있다. 좀더 국제적으로 알려진 피아노 레벨 테스트로는 ABRSM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캐나다에는 RCM이 더 일반적이고 유명하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유익한데, 영어레벨테스트로 치자면 IELTS같은, 기본 실력이 있어야 하고 음악의 전반적인 부분에 고른 지식과 연주 실력이 있어야 패스가 가능한 시험이다.
캐나다에서는 레벨 8까지 올라가면 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는 만큼의 실력으로 인정을 해주고, 고등학교에서 학점으로 인정을 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이 시험을 준비하고, 적어도 10학년정도가 되면 레벨 8을 따도록 선생님들이 목표를 잡고 가르친다.
나도 사실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과정을 몰랐는데, 지금은 가르치다보니 이 과정에 많은 신뢰를 갖게 되었고, 아이들의 체계적인 실력향상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이 교재들은 시험을 위한 레파토리 곡들만 모아놓은 모음집이다보니 이 책과 함께 Sightreading을 위한 과정과 이론 과정을 함께 병행해야만 하고, 실제 RCM시험에는 실기시험뿐만이 아니라 이론시험도 필수다.
레벨 A 부터 10까지 레파토리와 에튀드 모음집이 8년에 1번씩 새로운 에디션이 발행되고, 시험에도 2년뒤에는 기존 교재에만 있는 곡은 시험을 볼 수가 없는데, 올해가 새로운 에디션이 나오는 해였다. 모든 과정을 다 구매하면서 적어도 600불이상을 한꺼번에 써야 하고, 기존에 책이 있는데 또 사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감이나.. 억울함? ㅋㅋ정도가 있었는데, 놀라운 이벤트가 있었다!
RCM에서 새로운 에디션이 나오면서 새로운 곡들을 소개하는 연주회를 마련했는데, 그 자리에서 RCM등록교사들에게 이 교재의 모든 세트를 무료로 한 부씩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메일로 공지가 왔길래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는데 이 모든 책을 다 해서 0원. 배송비도 심지어 무료였다.
지난주에 교재가 모두 도착!! 코로나로 힘들었을 교사들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진짜 고맙습니다! 이제 아픙로 대략 8~10년 동안 교재 걱정없이 아이들 열심히 가르쳐서 RCM테스트도 잘 준비시키고 피아노 실력 향상을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이 그냥 하게 만드는, 코로나 이후 최고의 선물이었던 것 같다. 책이 도착해서 진짜 행복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헌책방, 교보문고, 알라딘 등등 온갖 곳을 다니며 책 사는 돈을 아까워한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책은 덜 읽게 되고 악보에 무한한 욕심이 생겨서 사 모으고 어느새 계속 늘어가고만 있다. 레파토리를 보니 새로운 곡들이 굉장히 많고, 없어진 곡들도 많고, 레이아웃도 깔끔해진 반면, 곡들이 많이 어려워졌다. 요즘 애들이 점점 잘 하나보다. 수준이 더 올라갔다.
손을 다치는 바람에 많이 쳐보진 못했는데, 이번주 부터 연주해보려고 피아노 위에 촤르르륵 펼쳐놨다. 이번 주도 진짜 감사하고 행복한 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