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벽한 여행이란 없다. 그것이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더더구나...
3년째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주문처럼 외웠던 말이 있다.
동양 여자 혼자 아이 둘과 해외여행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처음 간 유럽의 도시에서, 그것도 자정이 넘는 시간에 호텔 찾아 헤매 보기, 기차 놓쳐 다시 예매하기, 성수기엔 미리 입장권을 예약하지 못해 다음날 새벽 추위에 떨며 두 시간씩 줄 서기, 파리 뽐삐도 센터에서 아이 잃어보기...
그땐 아찔했던 순간들이 지금은 몹시 그립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일들로 가득한 해외여행에서 우린 중요한 걸 하나 배웠다.
여행,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시간 그 자리, 함께여서 좋았어.
아이들이 어릴 땐 직항을 많이 이용했다. 환승하면서 실수할까 두렵기도 했고, 환승시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 게 그 이유였다. 큰딸이 중학생이 된 이번 여행에서 우린 드디어 환승을 해보기로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한번 가 본 곳이라 친근감도 있으니. 문제는 우리가 환승을 하고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 11시라는 것이다. 공항에서 입국심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면 호텔까지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릴 듯했다. 호텔 바우처에 나와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 익숙지 않은 억양으로 상황을 겨우 얘기했고 호텔은 능숙한 서비스로 우릴 위로했다. 아이와 내가 번갈아 가며 땀이 삐질삐질 나오게 설명하는데... 십년감수했다. 글로는 이리 쉬운데 말이다.
환승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참 지루했다. 초등학교 5학년 정원이는 어땠을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피곤한 느낌 가득한 사진 한 장을 건졌다. 인천을 떠날 때와 사뭇 다른 표정이다. 우린 제시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수 있을까? 공항에서 호텔까진 어떻게 가지? 에어버스 아님 택시?
호텔 바우처에 나와 있는 심플한 지도 한 장에 의지해 무사히 호텔에 안착하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