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쿤데라 - 정체성 을 읽고 나서
[명]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또는 그 특성을 가진 존재.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은 뭐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가, 또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라… 그렇다면 본질이란 무엇인가. 고유한 성질을 말한다. 나의 고유한 성질은 무엇인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이며, 성별은 여성, 황인종이다. 정도로 내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상세하게, 정체성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원래 짜증을 잘 내. 성격이 개같아. 하지만 먹는 행위를 좋아하고 또 멍때리는걸 좋아해. 라고 말하면 되는 것인가.
이렇게 말을 내뱉어 나를 설명하는 순간에도 타인에게 나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말이 많고, 창피함을 모르는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급한 여자.’ 라고 정의내릴 수도 있다. 결국 정체성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궁금해한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밀란쿤데라의 정체성을 읽으면서, 또 읽고나서 계속 생각해본다. 책의 마지막에 샹탈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버렸지만 이름만은 잊지 않았다. 무수한 정의들 속에서 ‘아무나'는 될 수 있었지만 결국 ‘샹탈'이 아닌 다른 사람은 될 수 없었다.
아직도 머리가 아프지만 그냥, 김유리는 김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