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랩에서의 노동 회고 (1)
**전문성 없음. 열심히 쓴 잡담.
ho 재질 걍 미쳤음 이거 바이럴템임!!!!!!!!!! ho
^잘 팔리는^ 영상에는 필요조건이 있다고들 한다. 듣기로는 타겟을 공략하는 감성 코드가 있어야 한댄다. 타겟 오디언스니 뭐니, 다 무슨 말인지도 알겠는데 사실 실제로 제작을 해보지 않고서는 빛 좋은 개살구일뿐(...) 지난 크랩에서의 제작을 돌아보면, 요오즘 말로 집단의 "재질"이란게 있구나, 그 재질을 콘텐츠가 가지고 있어야 그 집단에서 터지는 거였구나 싶다. (재질이란 말이 너무 적확한 거 아녀;;..)
그래서 집단의 '재질'을 어떻게 파악하는데? '이 콘텐츠의 타겟집단이 하루에 제일 길게 체류하는 소셜 미디어(페이스북/트위터/여초 커뮤/남초 커뮤 etc.)가 어딜까'로 분류해서 생각하면 쉽다. 내내 같은 얘긴데 이 콘텐츠가 커뮤에서 캡쳐글이 돌아서 떡상한다면 그 커뮤는 어딜까!!!를 고민하는 것. (달콤한 상상이다.) 소셜 미디어란 자고로 갬성이 맞아야 오래+자주 접속하게 되어있으니까. 검색창 앞에서 무한히 솔직하게 취향을 드러내는 게 우리이기도 하고.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호하니까 예시로 넘어 가보자.
1) 레즈비언 할머니 :: 재질 걍 트위터템임. 이게 어디서 캡쳐글로 올라왔는데 댓글에 '좋다' 내지 긍정적인 반응이 달린다면 거긴 아마 여초 카페나 트위터가 아닐까 하면서 만들었다. (내 재질이었다는 뜻) 예전에 EBS MOMOe 채널의 <밥친부터 시작>에서 비혼 할머니가 나오는 편*을 보고 느꼈던 안도감과 기쁨을 떠올렸다. '비혼'이라는 선택지를 취했을 때 자매품처럼 따라오는 불안(그러다 고독사 하는 거 아냐?ㅠ 늙어서는 외롭지는 않을까? 아프면?ㅠ 나빼고 다 결혼해서 왕따면 어떡해? 등등)이 있는데 비혼 '할머니' 그녀의 존재자체가 그걸 해소해주는 듯했다. 노년의 비혼 '선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테다. 어렴풋이 20대 레즈비언 분들도 나이 든 레즈비언을 보면 그렇지 않을까- 상상해봤고, 반대로 60대 레즈비언 할머니또한 궁금한 점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사실 그냥 할머니가 나오는 콘텐츠를 사랑한다...
*https://youtu.be/osfpqB4PIOY <밥친부터 시작> 비혼 레이디와 중매 레이디는 밥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https://youtu.be/vJJWdkvxTRE <크랩> ♥ 20대 레즈비언과 60대 레즈비언이 티타임 가져봄 ♥
여담으로 일하는 과정에서는 동료의 도움을 매우 많이 받은 콘텐츠다. 사실 이 아이템을 내가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고, 윗선에서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킬하려고까지 마음 먹었는데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는 동료의 말을 듣고 용기내서 발행까지 마쳤던 영상. 퀴퍼일정에 맞추려고 수요일에 촬영해서 금요일에 발행했다. 다시는 못할 것 같음. (물론 돈주면 함)
2) 진용진 목숨 몇개? :: 아묻따 남초 커뮤 재질. 생각보다 더 잘 팔린 콘텐츠였는데, 진용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예상보다 매우 높았다. kind of.. 정29현의 아이콘인듯. 실제로 남초 커뮤에 캡쳐글이 많이 돌았다. 용진님은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것들에 대해 직접 알아보는 콘텐츠로 인기를 끈 크리에이터다. 주제들이 종종 위험해보여서(장기매매범과의 접촉이라던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신변 위협없이 잘 지내는지 얘기들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용진님도 빠르게 구독자수가 늘어나고 있던 차에 그의 인기에 빨대를 꼽았다는 게 학계의 정설..ㅎ.. 크랩에 들어간 후 연달아 인터뷰물을 기획했던 시기였는데 이거하면서 확실히 느낀게 역시 사람은 직접 만나보면 내가 예상하고 준비한 것보다 !항상! 새롭고 풍부한 배경이 있다는 점. 그리고 나중에서야 늘 이 질문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후회 한다는 것ㅠ
https://youtu.be/OErYcX6D0-w 장기매매범이랑 통화해 본 사람? I 진용진 인터뷰
3) 10대 플렉스 :: 딱 페북 바이럴 재질. (인X이트, 위X트리에서 퍼갈 것 같은 감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발행하고 그곳들에 올라가서 명예인지 불명예인지 모를ㅋ.....쩝) 이것도 예상보다 잘 팔렸고 고백하자면 그래서 아주 찝찝한 콘텐츠였다. 핑계겠지만 퇴사전 마지막주에 만들었던 거라 제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끝까지 뒷심있게 못했다. 학생들 인터뷰 하는 콘텐츠였는데 아무리 페북향 바이럴템이었어도(ㅋ) 여러 학교에 가서 인터뷰를 다양하게 땄어야 정당성이 실렸을텐데. 두 군데밖에 못 갔다. 그냥 잘 팔리겠다 싶은 느낌하나로 시작했는데 딱 그거 하나만 남은 것 같아서 반성하는 콘텐츠.
기획의 시작은 아래 사진 한 장이었다. 진한 인싸냄새를 풍기는 학생 무리의 명품 패션. 거짓이 아니라 실제로 1020의 명품소비가 늘고 있다는 리포트를 발견했고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서 진짜 그런지, 왜 그런지 등을 듣는 거 자체가 흥미로울 것 같았다. 요오오오-즘 애들이 어떻게,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는 늘 바이럴 포인트가 되니까.. 그랬는데.. 음.. 다시 생각할 수록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납작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으냥 조회수를 향해 달리는 미친 경주마가 되어 콘텐츠 하나 그냥 대충 말아버린 느낌은 나 자신을 불순하게 느껴지게 한다. ㅠ 뭐야 나도 의미충인건가?? 와우 부자되긴 글렀네
4) 90s 오렌지족 일상 :: 이것도 페북향 바이럴재질. 업로드한지 몇달 지나서 갑자기 조회수 떡상해서 놀란 제작물. (아마 양준일씨의 영향을 받아 검색어에 걸려 조회수가 오르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이 밀어준 덕이 아닌가 예상해보고 있음.) 레거시 산하의 뉴미디어팀이 지니는 크나큰 강점은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고, 안그래도 뉴스 아카이브로 뭔가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해보던 차에 '예능보다 재밌는 90년대 뉴스'...였나 클립 하나를 보게 되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뉴스 나인을 훑어보기 시작했는데 진짜로 예능보다 재밌는 뉴스들을 발견했다. 뉴스가 지금보다 매우 날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슴없이 '내 부모가 부동산 투기를 해서 부자가 됐다', '나같이 부티나게 생겨야 찐 오렌지족'이라고 말하는 인터뷰이들이 등장한다. 사실 당시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말투, 패션 등이 요새 유행하는 '힙'과 너무 닿아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었음. 자료를 찾다보니 오렌지족의 활동지였던 압구정 상권이 94년도 성수대교 붕괴와도 연관있는 점이 흥미로워서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옛날 것을 보면서 요즘과 비교하는 것도 참 스테디하게 잘 팔리는 아이템인 것 같다.
https://youtu.be/0TCSqCmqzY4 저 세상 스웩;; 90년대 압구정 오렌지족 하루 ㅎㄷㄷ;;
쓰다보니 그냥 만들었던 것들 회고해보는 글이 되어버렸군. 하지만 할 말은 더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