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과 함께한 생각들
*<N월의 지하철 잡상>. 시골쥐인 내가 도시쥐로 진화했다는 증거 중 하나는, 이제 지하철 이동시간 30분 정도면 전혀 먼 거리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간 얼마나 지하철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가.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날아다녔던가. <지하철 잡상>은 풀풀 날리던 그 생각들을 조금씩 주워 담은 흔적이다. 자의식 과잉일까? 나는 휘발되는 나의 생각들이 참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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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입구_잡상
왜인지는 모르지만 제이팝을 들으면 하루를 열심히 살고싶어진다.(?) 내 감성코드랑 맞아서일까 더 심취하게 되는 면이 있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애니 볼때 자주 나오던 단어들 조금 뿐이지만 그냥 듣는다. 무슨 가사인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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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_잡상
나와 맞지 않는 특징으로만 똘똘 뭉친 수천, 수만, 수백만의 타인과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인간사회의 숙명이다. 특히 나 같은 개복치는 자주 돌연사하기에 딱이다. 회복탄력성을 키워서 데미지를 입은 바로 그 순간 다시 튀어오르는 훈련을 하는 수 밖엔 없는데. 요즘엔 그 튀어오르기가 전만큼 잘 되지 않아서 쉽게 지치고 가라앉았다. 자기기만이라고, 혹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책망할 것이 아니다. 그게 무엇이든간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모순적이게도 요새에 지쳐버린 나에게 치트키가 되어준 것은 또 사람이었다. 인간이란 몰까 진짜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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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_잡상
해가 거듭할 수록 필터버블이 견고해지는 기분이 드는건 좋은 일일까, 나쁜일 일까? 한 쪽 방향으로 치우진 인간이 되지않으려면 그런 걸 경계해야하는 건 나도 알지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너무 재미있고 예의있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이제는 그 편협한 취향을 그냥 영영 고수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아마 이런 게으름에 언젠가 한번은 지독하게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세상은 내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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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입구역_잡상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 많은 친구들이 어른이 된다는 건 힘든 일이 와도 담담하게 겪어내는 거라는데. 나는 힘든 일이 올때마다 앙앙 하고 울어버리기 일쑤다. 요즘에는 어른들은 좋은 일이나 축하받아야 할 일, 칭찬받을 일에도 담담하게 겪어낸다는 생각을 한다. 밥벌이를 하면서 사회에서 자기 1인분 하고 사는 것이 정말로 대단하고 엄청난 칭찬을 받아도 모자른 일인데 ... 다들 아무도 특별히 칭찬해주지 않아도 자기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그 흉내라도 내가 낼 수 있을까? 비슷한 이야기를 아빠한테 했는데 아빠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기특해 하기를 기대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과정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한 30년쯤 걸렸다고 말했다. 난 한 30년 흘러도 난 왜 나를 기특해하지 않느냐고 불평불만이 가득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