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의 인생은 안녕하십니까?

by LEEMIN


나는 13년 차 변호사다. 2009년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된 후 네 번의 이직을 했고,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그 사이 사랑스러운 딸을 낳았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마흔이 넘어 있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십 대 중반에 사십 대 부장님을 보면 까마득하게 멀어 보였는데, 내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직책자가 되어 내가 책임져야할 팀원이 생겼고, 먹은 나이와 연차만큼 책임과 업무도 무거워졌다.


하루에 백 통씩 쌓이는 이메일, 쉴 틈 없이 깜박거리는 메신저, 화장실 갈 때에도 상사 전화를 놓칠까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을 수 없었다. 버티는 것이 최선이라고 되뇌며 살던 어느 날, 올게 와버렸다. 허리 디스크가 터진 것이다. 허리부터 발끝까지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기분 나쁜 저릿함이 느껴졌다. 오 분 앉아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앉아있는 것도 서있는 것도 어느 하나 편치 않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따라 무너졌다. 우울증이 찾아왔고, 무기력에 빠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열심히’ 살아왔다. 고등학생 땐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대학생 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연수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변호사가 된 후엔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인생은 골인 지점이 없는 장애물 달리기 같다. 42.195 km를 달리면 골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마라톤처럼 “앞으로 10km 남았으니 힘내시오“하고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라고 한다.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성한 몸으로 하고싶은걸 실컷할 수 있는 나이는 기껏해야 20세에서 60세까지 정도이다. 그것도 내 몸을 어르고 달래며 잘 썼을 때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마흔 줄에 접어든 나는 이제 가동연한 40년 중 절반을 쓰고, 절반이 남아있는 샘이다. 20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남은 20년을 지금처럼 살아야 한다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은 20년은 다르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막막했다. 평생 다르게 살아보질 못했는걸.


변호사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사랑처럼 ‘열정’이라는 감정은 절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내 안에 ‘열정’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내 어릴 적 꿈은 미대에 가서 그림으로 먹고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활자중독’이다. 만화책, 소설, 잡지, 신문 등 글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평생 질리지 않는 유일한 오락거리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 싶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우리 함께 잘해보자고 용기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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