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명언산책]마음이 흩어질 때, 쉼을 배운다

휴식할 시간이 없을 때가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할 때이다.

by 동네과학쌤
부처님이 물으셨다. "너는 출가하기 전, 집에 있을 때는 뭘 했느냐?" 사문(沙門, 불문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거문고를 즐겨 탔습니다." "거문고 줄이 느슨하면 어떻게 되는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거문고 줄이 너무 팽팽하면 어떻던가?" "줄이 끊어집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도를 배우는 것도 이와 같다." 기타도 바이올린도 첼로도 줄을 너무 조이면 끊어지고 너무 느슨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연주할 때는 줄을 조이고 연주가 끝나면 풀어놓는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너무 긴장하면 무너지고, 너무 이완하면 성과가 없다. 그러니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긴장과 휴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한다.
휴식할 시간이 없을 때가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할 때이다. -시드니 J. 해리스


학창 시절 나는 게으른 학생이었다. 게으르면 마음이 흩어진다는 말처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함이 쌓여 결국 대학원에서도 연구 주제를 끝내 붙잡지 못했고, 실수를 연발하며 끝내 적응하지 못했다. 오랜 꿈이던 교수가 되는 길은 조용히 닫혔다.


대학원을 나오며 군대를 가게 되었고, 다시 교육대학원을 통해 남들보다 한참 늦게야 교단에 섰다. 그 늦음은 내게 늘 무게로 남았다. 그래서였을까. 교직 초년의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아마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 주어진 업무 외에도 기획, 행사, 연수, 연구, 심지어 타교과와의 교과융합수업까지 스스로 자원해 참여했다. 어느 해는 인정받은 초과근무 시간만 400시간이 넘었고, 내가 기획하고 선정된 사업이 4~5개에 달해 1년 동안 내가 담당자로 운영한 예산이 2억 원이 넘었던 해도 있었다. 연수도 닥치는 대로 들었고, 연수 시간만 700시간이 넘은 적도 있다.


근면하면 부족함이 없다는 말처럼, 그땐 무작정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다.
하나하나 모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한꺼번에 모두 해내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욕심은 과유불급이 되었고, 업무는 쌓였으며, 실수가 이어졌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커졌다.


나는 분명 게으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음은 흩어지고 있었다. 그 원인은 뜻밖에도, 쉼 없는 근면이었다.

결국 멈추기로 했다. 매일 아침 30분 일찍 출근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그날의 할 일을 정리하며 계획표를 작성했다. 하루 1시간은 꼭 쉴 틈을 만들어 학교 업무를 하기 보단 책을 읽고, 활동을 고민하고, 아이들에게 전할 말들을 생각하곤 하였다. 자리를 정돈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짧은 쉼의 시간 덕분에, 복잡하게 얽혔던 업무들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실수가 줄었고, 집중력은 되살아났으며, 오히려 더 많은 신뢰를 얻게 되고 인정 받게 되었다.


“휴식할 시간이 없을 때가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할 때이다.”

이 말은 단순히 피로를 풀라는 말이 아니었다. 내게는 마음이 흩어질 때 집중력을 회복하는 조건이 바로 ‘휴식’이었다.

너무 앞서가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게으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절히 쉬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

그걸 몰랐던 시간, 누구보다 앞서가려 빠르게만, 바쁘게만 살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한 걸음 느리게 일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일하는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이민규교수 #이민규교수명언산책 #실천명언산책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래학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천명언산책] 연휴라는 작은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