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인 페이지 속 글씨들이
노란 혀를 내밀고 붉은 이빨을 드러낸다
형광펜 자국들, 책갈피 사이
손날의 흑연가루와 함께 타오른다
한 번도 베이지 않은 종이 위로
낯선 활자의 행렬을
휘발유처럼 쏟아붓는다
화르르, 화르르
불길이 삼키는 순간
가장 밝게 터져나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한숨 지나간 자리
숯덩어리들이 바스락거리며 속삭인다
— 우리는 공식이었지
— 우리는 연표였어
— 우리는 지워진 이름들이었는데
재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잿더미 깊숙한 곳
뜨거운 심장이 고동친다
빨간 점 하나 숨을 들이쉬고,
맥박처럼 커졌다 작아지며
새벽을 향해 기지개 켠다
손바닥으로 거친 재를 날리면
남는 것은 살갗에 스며든 온기
혀끝에 맴도는 쓴맛
꺼지지 않고 남은 지식의 불씨
불어본 적 없는 바람의 여운
#시험기간 #에너지드링크 #벼락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