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by 동네과학쌤

나는 오늘도 그대를 위해

파도 없는 바다를 꿈꾼다


한 돌 두 돌 쌓아 올려

거친 바람 가로막고

높은 파도 흩어지게

고요한 품을 만들었다


잔잔한 물결 속에서

그대, 천천히 자라났고

작은 노를 저어가며

이내 고요에 길들었다


그물코마다 꿈을 걸어

낯선 섬을 향해 떠난

그대 돌아서던 밤에

나는 별들에게 속삭였다


바람아, 불어주소서

고요히, 파도 없이 불어주소서

먼 바다에도 풍랑 없기를

달빛 아래 홀로 앉아 되묻는다


너무 잔잔했던 바다가

그대를 오히려 약하게 했을까

파도 없는 품이 오히려

그대를 작게 만들었을까


오늘도 방파제엔

포말만 푸르게 자라고

항구는 홀로 앉아

바닷길 멀리 바라본다


지킬 배도 떠난 자리

파도가 할퀴고 간 몸 위에

허연 뼈처럼 조개 껍데기가 박히고

나는 꺼뜨리지 못한 등불의 눈으로

먼 바다 어둠을 쓸어본다


파도에 휩쓸려, 빈 배로 돌아와도 좋다

스스로 뱃머리만 돌릴 수 있다면 나는 좋다

먼 곳의 그대 안부를

바람결에 물어본다


나는 여전히 그대를 위해

파도를 견디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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