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한수와 은희>
<우리들의 블루스> 1-3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후기입니다.
간략한 줄거리 소개가 포함되어 있어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 사이,
한수(차승원)와 은희(이정은).
은희는 과거 한수를 짝사랑했기에
그를 보는 마음이 마냥 오랜만에
동네 친구를 보는 마음은 아니었는데요,
한수는 이미 딸 하나 있는 가정을 꾸린
듬직한 아버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제주로 내려온
한수에겐 금전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딸의 골프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느라
금전적인 가난에 허덕이던 한수는
부자가 된 고향 친구 은희를
만나자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고향 친구인 은희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고 있기에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둘만의 여행을 제안합니다.
끝내 좁은 제주에 소문이 퍼져
한수의 속셈이 들키지만
한수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줄거리만 보면 특별한 부분이 없어 보이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한수는 은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직접 말하지 못합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미리
연습해보는 장면만이 나올 뿐,
은희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들켜
직접 돈을 부탁하는 장면은 생략되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의도적인 연출로 보입니다.
만약 한수의 돈을 빌려달라는 대사가
장면으로 구현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친구의 감정을 이용하려는 한수의 마음이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이기에
아주 구질구질하고 염세적인
장면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연출을 통해 시청자가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최소화합니다.
은희에게 여전히 멋진 사람으로
남길 원했던 한수의 마음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한수의 욕심이 충돌합니다.
결국 단둘이 여행을 왔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의
오해의 소지를 의도하여 제공합니다.
한수의 이중적인 태도는 남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내이익을 챙기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가져본 적 있고, 한수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연출을 통해 크게 불편하지 않게 전달하는
한수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며
과거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에
이 드라마가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딸이 골프를 그만두게 되면서
한수네 가족은 다시 모이게 되는데요,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한수네 가족의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딸의 골프를 위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고자 했던 한수의 서사 때문일지,
통화를 통해 매번 갈등을 빚었던 한수네 가족이
한국에 들어와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 때문일지,
흐름상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로의 고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원인이 해소된 지금,
감정도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을까요?
분명한 건 가족을 위해 여행을 다니고
고기를 굽는 한수의 표정이 가장 밝았습니다.
우리네 삶도 지금 웃고 있는 한수처럼
그렇게 웃으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