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저출산의 원인사 칼럼을 읽고
이상림 교수의 칼럼이 저출산의 핵심을 관통했다. 인구절벽 현상의 원인이 되는 청년층의 저출산이 청년층의 생애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보며, 다각적으로 저출산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악화된 근로여건, 경쟁적 교육투자, 경제적 성공이 중요한 가치가 된 사회, 여성들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진입으로 인한 지체 현상, 저출산 정책을 향한 여성들의 반감 등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생애 경험으로 인한 행복한 가족의 경험 부재, 소비생활을 비교할 수 있는 준거집단 등장은 저출산이라는 양상으로 드러난다. 생애 경험은 한 세대가 공유하는 가장 큰 영향력 중 하나다. 생애 경험을 통해 저출산의 원인으로부터 기성세대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이는 칼럼의 요지가 명쾌하면서도 번뜩인다.
특히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한 소비생활 준거집단 이야기는 흥미롭다.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면 소비생활이 출산의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소비생활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함으로써 누리는 소비생활의 품질도 높아졌다. 이제 육아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은 과거보다 증가한 반면, 육아로 인해 얻는 것은 특별히 가시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한 가족을 경험하지 못했던 청년층의 경우는 육아로 인해 얻는 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육아의 비용이 증가한 상태에서 여성들은 원하는 소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여성은 출산만으로도 약 1년 가까이를 소모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이후 육아를 이어가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긴 공백기에도 소비생활이 타격이 입지 않으려면 자연스럽게 반려자에게 요구되는 경제적 수준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여성의 메커니즘과 동일하게 남성도 생각한다는 점이다. 남성도 육아로 인해 현재의 소비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며 여성 측에서 요구하는 경제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육아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도 커진다. 더 나아가 남녀 경제적 수준 차이가 벌어지면 여성의 가족 내 지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성 입장에서는 남녀 동등한 임금을 받길 원하면서도, 내 반려자의 경제적 수준은 나보다 높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심화되는 남녀 간 갈등은 남성 입장에서도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양 성별에서의 결혼, 출산 기피 현상은 본질적으로 같은 소비생활의 메커니즘으로 심화된다.
저출산 문제는 소비생활부터 노동시장, 남녀 간 갈등, 가족의 의미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로 볼 수 있다. 인구절벽 등의 우려로 기초 연금 개편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속 국가는 어떻게 대체해야 할까?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육아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은 줄여주고, 얻는 것은 늘려주면 된다. 국가보조를 통해 육아를 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하여 육아의 비용을 줄여주면 된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과거의 방법이자 논리이기에 딱히 이견이 없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육아의 비용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 만큼 정부 재원이 풍부하냐는 데에 있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인위적인 개입은 실효성을 논의하기 이전에 지속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기회비용의 프레임을 깨는 문화적 개선의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출산을 통한 가족의 구성은 1차적으로 생리적 욕구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생활이 출산의 기회비용으로 여겨지는 경향은 바꿀 수 없으며 청년층이 느끼는 가족의 의미도 국가 입장에서 변화를 주기 어렵다. 따라서 출산 및 육아를 소비생활로 동등하게 맞추려는 시도 대신 이해타산적 프레임에서 벗어난 비합리적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행복한 가족의 경험을 청년층으로부터 빼앗아 간 원인은 악화된 근로여건이었다. 근로여건의 악화는 즉각적으로 개인의 생태에 경험을 미친다. 반대로 생각하면 노동시간의 감소, 여가시간의 증가 등 근로여건이 향상되면 개인은 더 많은 시간을 향유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 고독한 느낌을 받는 개인의 생리적인 현상을 고려한다면 더 많은 잉여시간, 여가시간이 주어질 때 가족을 형성하려는 동기가 강해질 수 있다. 출산의 문제는 경제적 저울에 매다는 대신 측정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으로 풀어내야 한다.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보단 근로여건의 개선을 통한 문화적 개선으로 저출산의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