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문학] 유메노 규사쿠 - 꿈과 광기의 문학 01
우리가 흔히 아는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들 너머에는, 당대 대중을 매료시켰으나 지금은 세월의 먼지 속에 잠든 수많은 '장르 문학'의 걸작들이 존재합니다.
[잊혀진 문호의 서재]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근대 소설 중에서도 환상, 기괴, 추리, 탐정 소설 등 독특한 장르적 미학이 돋보이는 중장편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 기록은 유메노 규사쿠의 파격적인 단편, 〈병 속의 지옥〉입니다. 어느 날 해안가로 떠밀려 온 세 개의 맥주병 속에 담긴 잔혹하고도 슬픈 유서. 가장 순수해야 할 남매의 동심이 고립된 낙원에서 어떻게 기묘한 지옥으로 변해가는지, 현대적인 시각으로 복원한 문장들을 통해 그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연재 요일: 매주 화요일(08:00), 금요일(20:00)
연재 방식: 텍스트와 해설 중심의 브런치 연재 완료 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체 낭독 영상(통합본) 공개
원작: 유메노 규사쿠 | 번역: 유은경
<서신-섬 사무소의 공문>
삼가 아룁니다. 귀 기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전에 귀하께서 통지하신 바 있는 조류 연구용으로 짐작되는 붉은 봉랍으로 봉해진 맥주병에 관한 건입니다. 발견 즉시 신고하도록 섬 주민 전체에게 미리 고지하여 두었던 바, 이번에 본섬 남쪽 해안에서 그것과는 다른 소포와도 같은 수지 봉랍이 붙은 맥주병 세 개가 떠밀려 와 있는 것을 발견하여 보고드립니다.
위의 병들은 각각 약 반 리에서 한 리 남짓 떨어진 곳에서 모래에 파묻혀 있거나 바위 틈새에 단단히 끼어 있던 것으로, 상당히 오래전에 떠밀려 온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물 또한 귀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은 관제 엽서로는 보이지 않고 수첩의 파편 같은 것들로 사료되며 말씀하신 표착 시기 등의 기록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혹시 참고가 될까 하여, 세 병 모두 밀봉된 상태 그대로 마을 경비로 송부해 올리오니, 아무쪼록 잘 수령해 주시길 바라며 이만 전하겠습니다.
경구
X월 X일
XX섬 마을 사무소
해양연구소 귀중
◇ 첫 번째 병의 내용
아아…… 이 외딴섬에 드디어 구조선이 왔습니다.
큰 굴뚝 두 개가 서 있는 배에서 보트 두 척이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 위로 내려졌습니다. 배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으로 보이는 그리운 모습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오오…… 우리를 향해 하얀 손수건을 흔들어 주시는 것이 여기에서도 잘 보입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분명 우리가 맨 처음 보냈던 맥주병 편지를 보고 구하러 와 주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커다란 배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치 '지금 구하러 가마'라고 말하는 듯 높고 날카로운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이 작은 섬 안의 새와 벌레들을 일제히 날아오르게 한 후, 먼 바닷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두 사람에게는 최후의 심판이 내려지는 날보다 더 두려운 울림이었습니다. 마치 우리 눈앞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하나님의 눈빛과 지옥의 화염이 동시에 번쩍거리며 나타난 듯했습니다.
아아, 손이 떨리고 마음이 초조해져서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우리 두 사람은 지금부터 저 커다란 배의 정면에서 보이는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우리를 도우러 와 주시는 선원분들에게 잘 보이도록 단단히 서로를 끌어안은 채 깊은 바닷속으로 몸을 던져 죽으려 합니다. 그러면 늘 그 근처를 헤엄치던 상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먹어 치워 주겠지요. 그러고 나면 이 편지가 들어있는 맥주병 하나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트에 탄 분들이 발견하고 건져 올려 주시겠지요.
아아, 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두 분의 사랑하는 자식이 아니었다고 여기시고 부디 단념해 주십시오
그리고 멀리 고향에서 우리 두 사람을 도우러, 일부러 와 주신 여러분의 호의에 대해서도, 이런 일을 저지르는 우리 두 사람은 정말이지 너무나 죄송합니다. 부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버님과 어머님의 품에 안겨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쁨의 순간이 동시에 죽음의 길로 가야만 하는 불행이 되어 버린 우리의 운명을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벌하지 않고서는 저지른 죄를 갚을 수 없습니다. 이 외딴섬 안에서 우리 두 사람이 저지른,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죄악에 대한 대가입니다.
부디 이상과 같은 내용을 참회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두 사람은 상어의 먹이가 될 가치밖에 없을 만큼 미련했으니까요…….
아아, 안녕히 계십시오.
하나님에게서도 인간에게서도 구원받지 못할
슬픈 두 사람으로부터
아버지께
어머니께
그리고 모든 분께
'병 속의 지옥 1'
'병 속의 지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