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문학] 유메노 규사쿠 - 꿈과 광기의 문학 01
유메노 규사쿠 '병 속의 지옥 3' - 금기의 사랑
◇ 두 번째 병의 내용
아아, 숨겨진 것까지도 모두 굽어보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고통에서 구원받을 길은 제가 죽는 것 말고는 정녕 없는 것입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발판'이라 부르는 저 높은 절벽 위에, 저 홀로 올라가 두세 마리의 상어가 항상 헤엄치며 노니는 저 깊이 모를 심연 속을 내려다본 게 지금까지 몇 번인지 셀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서 당장에라도 뛰어내리려 했던 적은 또 얼마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때마다 가련한 아야코를 떠올리며 영혼마저 무너져내리는 듯한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바위 능선을 타고 내려오곤 했습니다. 제가 죽는다면 분명 아야코도 뒤따라 몸을 던질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아야코 두 사람이 그날 보트 위에서, 우리를 보살피던 유모 부부와 선장님, 기관사 일행 모두 파도에 휩쓸려가는 것을 보며, 이 작은 외딴섬으로 떠밀려 온 이래,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것일까요. 이 섬은 일 년 내내 여름과 같아서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분간이 잘 안 되지만, 벌써 십 년 정도는 지난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연필 한 자루와 칼 한 자루, 노트 한 권, 돋보기 하나, 물이 담긴 맥주병 세 개, 그리고 작은 신약성서 한 권…… 그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초목이 푸르게 우거진 이 작은 섬 안에는 드물게 보이는 커다란 개미 말고는 우리를 괴롭히는 새도, 짐승도, 벌레도 한 마리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열한 살이었던 저와 이제 막 일곱 살이 된 아야코, 우리 둘에게는 차고도 넘칠 만큼 풍요로운 먹을거리가 가득했습니다. 구관조나 앵무새, 그림에서나 보았던 극락조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화려한 나비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야자열매와 파인애플, 바나나, 붉고 보랏빛을 띤 커다란 꽃이라든지, 향기로운 풀, 크고 작은 새의 알이 사시사철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새나 물고기 같은 것들은 막대기로 내리치기만 해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모아와서는 돋보기로 햇빛을 통과시켜 마른 풀에 불을 붙이고 떠내려온 나무로 불을 내어 그것들을 구워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섬 동쪽 곶과 바위 사이에서 썰물 때만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 근처 모래사장에 있는 바위 사이에 부서진 보트로 오두막을 짓고 부드럽고 마른 풀을 모아 아야코와 둘이서 잘 수 있게 꾸몄습니다. 그리고 오두막 바로 옆 바위 벽면을 보트에서 빼낸 낡은 못으로 사각형 홈을 파서 작은 창고 같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겉옷도 속옷도 비바람과 바위 모서리에 찢겨 둘 다 정말 야만인처럼 알몸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반드시 둘이 함께 '하나님의 발판'이라 부르는 절벽에 올라 성서를 읽으며 아버님과 어머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버님과 어머님께 편지를 써서 소중한 맥주병 중 하나에 넣고 송진으로 단단히 봉한 뒤, 둘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는 바닷속에 던졌습니다. 그 맥주병은 이 섬 주위를 맴도는 조류에 실려 바다 멀리멀리 떠내려갔고, 다시는 이 섬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후에 우리는 누군가 구하러 올 때 표식이 되도록 '하나님의 발판' 가장 높은 곳에 긴 막대기를 세우고 언제나 푸른 나뭇잎을 매달아 두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화해하고 학교 놀이 같은 것을 하곤 했습니다. 저는 곧잘 아야코를 학생 삼아 성서의 말씀이나 글자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성서를 하나님이자, 아버님이자 어머님이며 선생님이라 여기고 돋보기나 맥주병보다 훨씬 소중히 다루었고, 바위굴 가장 높은 선반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했고 평온했습니다. 이 섬은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던 외딴섬 안에, 우리 둘만이 누리는 행복 속에, 무시무시한 악마가 숨어들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몰래 숨어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야코의 육체가 기적과 같이 아름답고 윤기 있게 성장하는 것이 내 눈에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때는 꽃의 정령처럼 눈부셨고, 또 어떤 때는 악마처럼 관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저는 왠지 모르게 머릿속이 깜깜해지면서 슬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오라버니……”
아야코가 그렇게 부르며 아무런 죄악도 담지 않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제 어깨를 향해 달려들 때마다, 제 가슴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요동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제 마음은 파멸의 고통 속에 내던져진 듯 두렵고 떨렸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아야코 쪽도 어느 새인지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달리…… 훨씬 더 애틋하고 눈물 어린 눈으로 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왠지 제 몸을 만지는 것이 부끄러운 듯, 슬픈 듯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왠지 모를 수심에 찬 얼굴로, 때때로 가만히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그것은 단둘이서 이 외딴섬에 사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우면서도, 기뻤고, 쓸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죽음의 그림자라도 드리운 것처럼 순식간에 눈앞에 깜깜해집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계시인지, 악마의 조롱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때문에, 두근두근 가슴 떨리는 순간, 화들짝 놀라 정신이 드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러한 마음을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도 하나님이 벌을 내릴까 두려워 입 밖으로 내지 못했습니다. 만일 그런 일을 저지른 뒤에 구조선이 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맑게 갠 고요한 오후, 거북이 알을 구워 먹은 뒤, 둘이 모래사장에 다리를 뻗고 앉아 머나먼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아야코가 불쑥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저기, 오라버니.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만약 병이 들어 죽으면 남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아야코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뜨겁게 달궈진 모래 위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표현할 길 없는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