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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물드는 존재

by 유타쌤

오래전 학원 아르바이트했을 때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을 최근 만났다. 그때 당시에 아들 둘을 키우고 있으면서 뒤늦게 대학교에 다니는 선생님이 참 멋있게 느껴졌었다. 특히 두 아이들이 '참 바람직하게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의 바른 아이들이어서 미혼 시절이었지만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선생님은 벌써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을 끝내고 현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내가 "김 교수님, 멋져요!"라고 말하자 "교수는 무슨, 그냥 강의하는 정도야" 라면서 멋쩍어하셨다. 아이들에 대해 물어보니 살짝 머뭇거리면서 "큰 아이는 서울대 00학과 다니고 있고 둘째는 00고 2학년이야. 자사고라 공부만 하는데 좀 안쓰러워"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참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 역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이란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이는 본 대로 물드는 존재다'


부모가 집에서 여유 시간에 티브이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그대로 따라 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과소비를 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 역시 아직 물건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품을 사는 등 계획적이지 못한 소비 습관의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신문이나 책을 들고 들어갈 정도로 독서를 좋아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요리나 청소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 온 아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구분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로부터 본 그 모습 그대로 물들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지. 집에서도 매일 공부만 하고 석사, 박사 과정 밟는 동안에는 정말 집에서 아이들보다 더 공부했던 기억이 나. 애들이 놀고 싶은데 엄마 공부 방해될까 봐 집 밖에 나갈 정도였으니까. 거실 책상에 내가 딱 하고 자리 잡아 공부하고 있으니 어떻게 놀 수 있었겠어?"


나는 요새 아이 한 명당 학원이나 과외비로 백만 원 정도는 기본이라는 말을 하면서 나중에 아이들 교육비를 위해 지금부터 적금이라도 들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선생님의 두 아이는 사교육으로 큰돈을 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물론 애들 어렸을 때 남들 다 다니는 피아노 학원이나 영어학원 그런데는 보냈지. 그런데 막상 애들이 크니까 학원을 다니고 안 다니고도 자기네들이 결정하더라고. 지금 대학생인 첫째는 고등학교 방학 중에만 수학이랑 영어 학원을 다녔어. 둘째는 인강을 선호하더라고."


나는 사교육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 두 아이 다 공부를 잘하게 된 비결이 궁금했다.


"머리는 아니야. 둘 다 어릴 때 평범했거든. 근데 애들이 그런 말을 했어. 집에 오면 공부하게 된다고. 남편은 야근이 많아서 늦게 오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허 구언 날 집에서 책만 보고 논문 쓰고 공부하고 그러니까 그냥 자기들도 할 게 없어서 공부했나 보지, 뭐. 어느 날엔가는 정신없이 논문 자료 보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까 밤 9시가 넘은 거야. 아이들이 집에 왔는지 안 왔는지도 몰랐던 거지. 깜짝 놀라서 방문 열어보니 첫째 둘째 다 자기 방에서 시험공부하고 있더라고. 배 안 고프냐고 물어보니 30분 전에 사발면 사 와서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그러라고 해서 먹었다는 거야. 난 애들하고 대화를 나눈 기억도 안 나는데 말이야."


"엄마가 공부하니까 아이들도 따라서 공부했나 봐요, 선생님. 지금은 대학교에서 강의하니까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아요?"


"몰라. 남자애들이라 말을 안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대학원 다닐 때 발표수업 있는 날 전에는 아이들 앞에 앉혀 놓고 미리 발표 연습하고 그랬거든. 강의하기 전날에도 애들 앉혀놓고 미리 해 보고 말이야. 애들한테 어떠냐고 물어봐서 피드백도 받고 그랬었거든. 그래서 그런가 첫째가 대학교 면접 보기 전에 나랑 동생 앉혀 놓고 여러 번 연습하더라고. 둘째는 학교 대회 준비할 때마다 형 앞에서 미리 연습해 보이고 말이야.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말 한적은 없었어. 내가 그 나이 때 안 했는데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있겠어. 그냥 나는 내 공부 열심히 했어. 석사, 박사 과정 밟고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내 모습이 지금도 정말 좋거든. 왜 그런 말 있잖아. 아이들은 부모의 꿈을 먹고산다고 말이야. 내가 항상 꿈을 꾸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애들이 봐 왔기 때문에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엄마 모습 보고 그대로 배우지 않았나 싶어."



'엄마의 자존감 공부'라는 책을 낸 스타강사 김미경은 최근 인터뷰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할 일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

"부모 자신의 인생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게 우선이죠. 그런데 엄마들이 아이를 완전히 압도해버려요. 엄마가 알아봤는데 이 학원 이 선생님한테 배우면 서울대는 직행이라는 말을 해 버리면 아이는 대적할 수가 없지요. 그러면 그때부터 십 대 아이가 부모의 꿈을 지고 사는 거지요."


엄마도 여자이고 사람이다. 대충 올려 묶은 머리에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국에 밥을 말아먹고 있는다 해도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도 십 대 시절이 있었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진짜 자신의 꿈은 잊어버리고 아이의 꿈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채 살아가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오면 마치 자신의 일 인 것처럼 좋아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엄청 화를 내거나 아니면 아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느라 열을 올리는 부모들은 어쩌면 다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채 아이의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의 꿈과 목표를 마치 자신의 것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부모 자신이 먼저 꿈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면 아이 역시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철학자 셰이머스 카레이는 자신의 저서 '너와 함께 자란다'에서 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을 최고의 삶으로 안내해야 하는 책임이 있지만 본인들도 동시에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 전 수학강사였던 나의 친언니는 첫째의 수학 공부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서 스토리텔링 수학을 배웠었다.

그러면서 이것을 가지고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과 후 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난 뒤, 아이들이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청소년 진로 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언니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강사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북아트 활용 교육, 청소년 진로상담사, 인성지도사 자격증을 땄으며 현재는 진로코칭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내가 팀장의 자리에 오게 된 이유는 뭔가 배우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어. 아이 교육을 하기 위해 내가 먼저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야. 그래서 나는 종종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이 단절되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에게 무작정 뭐든지 시작해보라고 조언해. 나는 하다못해 아이들 방학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공부가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포토샵 자격증을 따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엄마인 내가 먼저 꿈을 꾸고 노력하니까 아이들도 따라오는 거 같아."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하는가?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부모로서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언인지 한번 뒤돌아봐야 한다. 부모인 내가 나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순간 아이 역시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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