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결의 덫, SNS에 갇힌 아이들

by 유타쌤



우리는 삶의 가장 중요한 교훈들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배운다. 그러나 가상공간의 관계가 진짜 삶을 대체할 수는 없다.

- 셰리 터클 (Sherry Turkle), MIT 사회학자



오늘날 청소년들의 삶은 손 안의 작은 기기, 즉 스마트폰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 속 세상의 중심에는 소셜 미디어(SNS)가 자리 잡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이미지, 틱톡의 짧고 강렬한 영상, 페이스북의 실시간 소식들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소통 방식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선생님, 친구들이랑 DM 주고받고 스토리 보는 게 제일 재밌어요!"

라고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SNS가 십 대들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엿볼 수 있다. 성인들조차 SNS의 중독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자기 통제력이 아직 미숙한 청소년들에게는 SNS가 더욱 빠져나오기 힘든 덫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달콤한 연결의 이면에는 시기와 질투, 허위와 과시, 그리고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SNS는 청소년들에게 세상과의 연결 통로가 되어주었지만, 동시에 벗어나기 힘든 덫이 되어 그들을 옭아맬 수도 있다.


SNS는 본질적으로 '보여주기'에 특화된 공간이다. 십 대들은 자신의 일상, 감정, 생각은 물론,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와의 관계까지 끊임없이 게시물로 올린다. 예쁜 카페에서 찍은 '인생샷'부터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는 모습, 친구 생일 기념으로 간 노래방 사진까지, 십 대들은 마치 어른처럼 자신의 삶이 타인에게 얼마나 멋지고 완벽한지를 증명하려 애쓰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랑'이 끝없는 비교를 낳기도 하며, 친구의 게시물을 보면서 자신의 삶과 비교하고 부족함을 느끼며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반 한 학생은,

"친구들이 시험 끝나고 다 같이 놀러 간 사진을 봤는데 저만 빠졌더라고요. '왜 나한테는 같이 가자고 안 했지?' 하는 생각에 너무 서운하고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라고 말했다. 누구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러 다니는 사진을 올리고, 또 누구는 영화를 보러 간 것을 자랑하는 것을 보며 '왜 나한테는 같이 가자고 안 했지?' 하는 서운함이나 자신만 소외되는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쟤는 저런 것도 있네', '나는 왜 저렇게 못 살지?' 하는 생각은 십 대들의 마음속에 깊은 열등감을 심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익명성 뒤에 숨어 벌어지는 '비방'과 '학교 폭력' 문제다. SNS는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타인을 공격할 수 있는 쉬운 통로를 제공한다. 근거 없는 소문이 마치 사실인 양 빠르게 퍼져나가고, 외모 비하, 성희롱, 인신공격 등의 악성 댓글은 피해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특히 '뒷담화'은 SNS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행태 중 하나인데, 특정 친구를 따돌리거나 조롱하는 내용을 곧 지워지는 '스토리' 기능에 올려 마치 일시적인 실수인 양 포장하거나, 몰래 찍은 사진을 유포하는 등 그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친구와 다툰 후, 곧 사라지는 SNS 스토리에 친구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글을 본 다른 친구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확산되었고, 결국 오프라인에서 두 학생 사이에 심각한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남녀 사이에 서로 사귀다가 헤어진 후 상대방의 사생활 사진이나 민감한 대화 내용을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도 있다. 이는 피해 학생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주며 심할 경우에는 학교에 아예 나오기를 거부하는 문제까지로도 번진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폭력은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실제로 대화를 피하거나, 단체 활동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오프라인에서의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오프라인 폭력이 SNS를 통해 2차, 3차 가해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피해 학생은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도 SNS를 통해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며 고통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SNS에 깊이 빠져드는 이유를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또래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인정 욕구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친구들이 다 인스타 하는데 저만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소식도 못 듣고, 대화에 끼기도 힘들고요."

라고 말한 한 학생의 고백처럼, 친구들이 모두 하는 SNS를 하지 않으면 소외될까 봐 불안해하고, 자신도 무언가를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또한, 획일화된 입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도 SNS 의존을 부추긴다. 즉각적인 피드백과 자극적인 콘텐츠는 청소년들의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SNS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실에서 얻기 어려운 만족감과 재미를 SNS와 쇼츠 영상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단순히 'SNS를 하지 마라'라고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SNS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주는 것이다. 온라인상의 정보가 항상 진실은 아니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도록 도와줘야 하며, 타인의 게시물에 대한 존중과 공감의 태도를 기르는 방법과 사이버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적절히 대처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도 이러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지만, 일회성 교육이나 주입식 강의만으로는 학생들이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SNS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과 문화가 생겨나기에,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적인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체험 중심의 교육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사이버 폭력 상황을 가정한 역할극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등의 입장이 되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친구가 내 사진을 동의 없이 올렸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가짜뉴스를 접했을 때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할까?'와 같은 실제 SNS 상황을 재연하며 올바른 판단과 대응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이나 캠페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SNS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SNS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건강하게 소통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는 다양한 활동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발견하고,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부모님 또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여 아이들이 현실에서의 만족감을 통해 SNS 과몰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좋아요'나 '팔로워' 수가 아닌,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NS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디지털 시대의 한 단면이다. 칼이 요리에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고, 사람을 해칠 수도 있듯이 SNS도 활용하기 나름이다. 청소년들이 SNS의 편리함과 이점을 누리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타인의 시선과 온라인상의 허상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진정한 연결의 주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아직, 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