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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선생님 Sep 04. 2023

남학생들의 재미있는 일화들

나는 여자이지만 남편과 아들이 남자이기에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 글을 일부 수정함]

여기에 나온 모든 이름은 가명임


#일화 1.

모의고사가 끝나고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친한 샘들과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길을 걷고 있었다. 

물론 길거리에는 시험을 끝낸 많은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는데 내 앞에서 걷던 아주머니께서 당황해하면서 옆에 있던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뭐야, 우리 아들 학교 교복인데?

근데 왜 다 일찍 끝난 거지?

우리 아들은 아무 말도 없었는데?"




#일화 2.

교무실로 반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유인 즉,

아들에게 저녁에 가끔 전화를 하면 받지를 않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다면서 혹시 학교에서 아이가 큰 걱정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담임인 나에게 전화를 하신 것이다.

"아버님, 현우 핸드폰 일주일 전에 뺏겼어요.

수업시간에 사용하다가 걸렸거든요.

현우가 말을 못 했나 봐요."

"아니, 왜 전화가 안되냐고 물어보니 그냥 알겠다고만 대답하는 거예요.

도대체 뭘 알겠다는 건지, 참..."



#일화 3.

대부분 교과 선생님들은 체육시간 바로 다음에 수업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그제야 샤워를 끝내고 후다닥 교실로 들어오거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채질하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히 우리 반 수업이어서 적당히 여유를 주며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어느 날엔가, 체육수업 다음에 우리 반 교실에 들어가 보니 창문에 수건이 세 개만 걸려있었다. 

샤워를 하고 수건을 썼을 텐데  다들 수건을 어디에 걸었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 수건이요? 그냥 저 수건을 다 같이 썼는데요?"


땀에 젖은 교복 셔츠도 널어져 있었는데 젖어도 너~무 젖어 있어서 이유를 물었다.

"샤워하고 교복 셔츠로 닦았어요."

"그럼 지금 입고 있는 교복 셔츠는 누구 거야?"

"이거요? 몰라요. 그냥 책상에 있길래 입은 거예요."



#일화 4.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체육대회에 두 학급이 짝반이 되어 서로 티셔츠를 맞춰 입거나 경기를 응원해 주는 전통이 있다.

당시 우리 반(5반 남학생반)은 친한 친구들이 많은 2반(남학생반)하고 짝반을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9반(여학생반)과 짝반을 하기로 바꿨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왜 바꿨냐고 물었더니,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우람한 체격의 체육부장이 이렇게 대답했다.

"9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짝반을 하자고 하는데 무서웠단 말이에요."




#일화 5.

보통 남학생 교실에 들어가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중에서도 3반은 냄새가 가장 심한 반으로 유명한데 교실 구조 때문에 창문을 열어놔도 환기가 잘 안 되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교실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남자 냄새(?)와 함께 지독한 향수 냄새가 섞여 나는 게 아닌가.

무슨 향기냐고 물었더니 반장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생님을 위한 선물입니다. 남자 화장실에 붙어 있는 방향제를 떼어 왔어요."



#일화 6.

우리 반 김기진은 물리학자가 꿈이다. 

그런데 취미가 농구라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늘 운동장에서 농구를 한다.

우연히 다른 반 선생님과 식사를 하다가 그 반에도 물리학자가 꿈인 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 나는 기진이를 불렀다.

"기진아. 1반 홍수호랑 같이 물리 관련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보는 게 어때?"

"홍수호가 누군데요?"

"엥? 너랑 맨날 같이 농구하는 1반 애 있잖아."

"농구를 같이 하긴 하지만 이름은 몰라요."



#일화 7.

"선생님, 얘 교과서 집에 놓고 왔대요. 태도 점수 깎아 주세요!"

"선생님, 방금 지호가 휴대폰 잠깐 꺼내서 봤어요. 일주일 압수해 주세요!"

"선생님, 오늘 두 명이 1분 지각했어요. 쓰레기통 청소 시키는 거 잊지 마세요!"

이렇게 남학생들은 친한 친구들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종종 이른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그 후에 둘 사이가 벌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친한 친구들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일러바치고 즐거워하기 바쁘다.






모든 남학생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남학생들은 

비교적 단순히 생각하고 행동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

'친구는 나한테 왜 이렇게 말을 한 걸까?'

이런 생각으로 하루종일 마음을 쓰고

힘들어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해보면

나는 이들의 단순함이 너무 부럽다.

-감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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