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이 넘은 발레리나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얼굴과 손마디까지 주름이 가득한 발레리나는 토슈즈를 신고 나풀나풀 춤을 추고 있었다. 젊고 가냘픈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깊은 우아함이 있었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그 시절 잠깐 발레를 배우기도 했다. 우아한 70살의 나를 위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나의 우아한 시절은 잠깐 잊고 살았다. 나이가 들어갈 나까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 말이 맞다. 나는 여유를 잃어갔고 몸과 함께 마음도 고달팠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며 그 시기의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다. 내면의 고통을 조금씩 토해내는 시간이었다. 비슷한 시기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늘 쑤시고 아프던 몸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새벽이면 글을 쓰고, 밤이면 필라테스를 했다. 매일같이 성실할 순 없었지만 노력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쌓여 글이 모이고, 몸의 생기를 찾아갔다.
쌓인 글로 ‘브런치 북’을 만들어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로 마음먹었다. 10월부터 응모가 시작된다는 여러 번의 공지글에 설레 하며 그동안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달 사이 육아기간 동안 어수선했던 생각들이 정리되었기 때문일 테다. 여전히 거친 글쓰기도 처음보다는 조금 다듬어졌기 때문인 것도 같다. 몇 주의 시간 동안 공들여 수정하고, 지우고, 새로 썼다. 여전히 부족한 글이지만 엮어서 오늘 드디어 응모하였다.
나의 글을 다시 읽고, 수정하고, 책으로 만들어내는 동안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감히 조금은 행복했다고 말하고도 싶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낼 수 있구나'
암울한 시기를 글로 썼을 뿐인데 이제 정말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작지만 소중한 시작이다. 당선이 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나는 70살에도 글을 쓰고 필라테스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은 꿈에 다시 한 걸음 내디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