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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밤 Dec 18. 2022

혼자의 시간이 길기만 한 당신에게 소소한 추천(1)

블로그 편

<혼자 살며 해보니 좋았던 것들을 소개합니다. 굳이 혼자가 사는 게 아니더라도 좋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1인 가구의 취미 추천 글입니다>


브런치의 독자들, 작가들이 모두 그러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못지않게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사서 모으는 것은 책뿐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을 만큼 독서를, 20년째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만큼 끄적이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책을 만드는 사람, 혹은 작가가 된다면 좋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3N살이 된 지금까지 생각만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행동은 없이 생각만 계속.      


솔직히 쓴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기가 몹시 겁이 났다. 내 맘엔 드는데, 남들에겐 별로면 어쩌지 싶었다. 이 정도 글을 가지고 뭘 쓰고 싶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웠다. 속절없이 나이는 먹어가며 전전하는 내게 친구가 블로그를 해보면 어떠냐고 물어왔다.     


블로그라.     

잠깐 고민해봤지만 지향하는 글쓰기가 블로그 재질(?)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검색에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블로거는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의 말을 마음속 서랍에 넣어 두었었는데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다가 본격적으로 퇴사를 고민하는 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음 스텝이 확실히 정해진 퇴사라기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무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의 퇴사였다. 마음을 굳세게 다잡고 사람들에게 공언이라도 해서 스스로를 바짝 조일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블로그를 열고 본격적으로 퇴사 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참에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담은 글을 보여주는 연습장으로 사용하자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예측하지 못했던 좋은 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1. 생각보다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이 없어서 생각을 편히 털어놓을 수 있다. 해시태그를 열심히 다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블로그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인지 조회수나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누가 내 글을 읽는 게 낯설어서 아무도 안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겠다가도 너무 관심이 없으면 서운해지지만 크게 주목받을 일이 없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완벽한 글을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는 것도 아니고 관심도 없는데 뭐 어떠냐 하는 심정으로 생각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내게 무엇보다 좋은 점이다. 사람이란 사회적 동물임을 굳게 믿고 있는 나는 지금 (백수인) 나처럼 사람들과 크게 왕래할 일이 없는, 혹은 커뮤니케이션할 곳이 없지만 자기 생각을 나누고 싶은 1인 가구라면 블로그를 자기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는 연습장 삼아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


어차피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으니까 아주 소소한 이야기라도 괜찮을 것 같다. 오늘 해먹은 배추삼겹살찜을 나중에 다시 할 때는 정육점에서 꼭 삼겹살을 잘라 달라고 해야겠다 같은 소소한 이야기라도 말이다. (실제로 오늘 블로그에 올린 글)     


2. 그럼에도 진심은 공명하므로 먼 타인과도 공감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 중소기업을 퇴사하며 겪는, 어떻게 보면 별 볼일 없는 그 고민과 일상들에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댓글이 달리곤 했었다. 퇴사 일기를 쓸 때는 유독 진심이 묻어났던 것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글에는 그 글을 쓴 사람이 묻어난다. 묻어나는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일 때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목소리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마음도 울리는 것이다. ‘진심’을 담은 글을 쓰게 되면 그에 공명하는 사람들을 온라인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3. 기록을 들여다보면 나의 일상에도 이야기가 있다.

올해 4월 퇴사를 하고 현재까지 무직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데 2022년을 돌아보며 ‘시간을 너무 허투루 보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블로그를 보면 ‘빛나는 하루들도 있었구나.’ 싶다.


어제 읽은 계간잡지 뉴필로소퍼(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 편)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일상을 따분하게 버티며 지낸다. 하지만 따분하다고 해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이 칙칙해도 자세히 보면 저마다의 무늬와 형태가 있다.」


블로그에 기재한 일상을 볼 때 삶이 크게 방향을 틀진 않았어도 하루하루 각각의 무늬와 형태가 녹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날이 그날 같고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예상되는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이라면, 어제와 오늘, 저번 달과 이번 달, 작년과 올해의 달라짐을 물어봐 주는 이가 별로 없는 1인 가구라면 특히 더 많이 기록하고, 반복되는 일상 중에서도 달라지는 무늬와 형태 속 본인의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들여다 봐주면 좋겠다.     


4. 안부를 묻는 서로이웃이 생긴다. 거의 1년을 꾸준히 하다 보니 쓸데없는 푸념 글을 올려도 꾸준히 하트를 눌러주고, ‘좋은 밤 보내세요’하는 인사를 남겨주는 온라인상 이웃이 생겼다. 그 사람의 일상도 들여다보게 되고, 사람 사는 것 비슷하구나 싶은 생각에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수익 창출하는 방법은 모르지만, 내가 경험한 이런 좋은 점들로 인해 블로그를 추천해봤다.


덧붙여 '다른 sns로도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그게 무엇이든 나쁜 방향이 아니라면 안 하는 것보다야 하는 것이 좋겠지만) 블로그를 콕 집어 이야기한 것은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을 적기에 자유로운 곳이 블로그여서 그렇다는 말을 하고 싶다.


쓰는 것에 관해서는 다음에 또 이야기하기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기만 한 당신을 위한 소소한 (취미) 추천 글 1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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