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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운 Sep 25. 2020

줌(zoom)으로 등교한다는 건

대학생이 바라본 줌 수업의 장단점

코로나 팬더믹 사태에 등 떠밀려 대학들은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약대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비대면으로 한 학기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학기를 보내는 지금, 줌(zoom)으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듣는 것의 장단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강의의 좋은 점이 있다.      


1. 집에서 등교를 할 수 있다.

아마 가장 큰 장점일텐데,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서 줌(zoom) 주소를 타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이렇듯 비대면으로 강의를 듣는 건,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가고 또 강의실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대신하는 일이다. 아침 시간을 붐비는 대중교통에서 보내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달콤한 아침잠을 한 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은 수업 한 시간 전부터 지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자료와 필기를 내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줌(zoom) 수업의 경우 교수님들의 화면공유를 통해 자료를 선명하게 내 모니터 화면에 꽉 차게 볼 수 있다. 대면 수업에서의 경우 자리가 안 좋으면 칠판이나 스크린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강의실 스크린이 안 좋으면 자료가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공부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끼리 앞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내 눈앞에 자료와 필기가 보이니 얼마나 편한가. 또한 대면 수업에서는 필요한 추가 자료를 일일이 사진 찍어야 했다면 지금은 캡쳐해서 저장할 수 있다. 사진 자료가 많은 수업의 경우 공부할 때 굉장히 유용한 점이다.  


3.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

내게 편안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대면 수업의 경우 30명 넘는 학생들이 좁은 강의실에 모여 앉아서 수업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강의실에서 냄새도 나고 어떤 때는 산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대면 수업 중에는 움직일 수 있는 반경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지개 켜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줌(zoom)으로 강의를 들을 때는 나만의 넓은 책상에 앉아 상체 스트레칭까지 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혹시 필기하다가 친구 팔을 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에 갈 때 의자 좀 비켜달라고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분명 편리함과 편안함의 이면에는 단점들이 있다.     


1. 나의 집중력도 뇌에서 언택트되다.

일단 언택트 강의에 내 집중력도 내 뇌와 연결이 끊어진 것 같다. 처음 1,2주는 열심히 강의를 들었지만, 점점 편안함에 잠식되어간다. 집중력은 어떻게 대학에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떨어지고 나는 책상 위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겨낼 수 없어진다. 줌(zoom) 수업 중에 얼굴만 카메라에 보이는 경우 또는 카메라를 끄고 수업하는 경우, 교수님은 내가 손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재간이 없다. 그렇게 수업 중 한 번 두 번 보던 스마트폰은 내 손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게 되어버렸다. 수업 중 카톡으로 동기들과 수다 떠는 일만큼 짜릿한 일이 없다.     


2. 학생들의 초상권은 어디에

일부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라고 “명령”하신다. 당연히 부탁하시는 말로 하시겠지만, 켜지 않으면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켤 때까지 호명하시므로 강제나 다름없다. 분명 교수님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원하시기 때문에, 모두가 카메라를 끄고 벽에 말하듯이 강의하는 것 보다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강의하길 선호하실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들께서 간과하신 부분이 있다. 카메라를 켰을 때 화면은 같은 수업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보인다. 그래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의 사진을 캡처해서 온라인에 올린 후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대학가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가 내 얼굴을 캡처하고 그게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3. 줌(zoom) 과연 안전할까? 

5월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한창 줌(zoom)이 부상하고 있을 때, 화상회의나 수업 도중 해커들이 포르노 영상을 틀고 나가는 ‘줌 폭격(zoom booming)’이 큰 문제가 되었었다. 이런 보안 문제 때문에 줌은 보안 전문 업체 “키베이스”를 인수했고, 이후로 보안 문제는 다소 해결된 듯 보인다. 하지만 보안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정보가 유출된다는 논란이 있다. 이건 확실하게 밝혀진 내용이 아니므로 말을 아끼겠다. 성장하는 기업인 만큼 논란의 중심의 서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기기엔 내 정보가 데이터화 되어서 쌓이는 것이 사실이라 찜찜한 부분들이 많다.     




줌(zoom) 수업의 장점과 단점 각각 3개를 추려서 이야기해보았다. 내가 선별한 장단점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위의 언급한 것 말고도 장단점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도 나는 줌(zoom)이 존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대학 교육은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았고 팬더믹 동안에도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교육의 큰 줄기를 바꿨고 그중 하나가 대학가의 줌(zoom) 강의이다. 아마 팬더믹 상황이 끝나도 기존에 인강 수업이 있었던 것처럼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하나의 교육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내가 언급한 단점들을 극복할만한 새로운 교육 플랫폼이 탄생할 수도 있고 이대로 줌을 계속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떤 방식을 채택하던지 교육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학생과 교수진도 발맞추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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