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인다

사람이 인다

by 수요일

바람이 인다


누가 지나가야 바람이 인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좋다. 그는 지나가며
나와 깊은 바람의 골을 연대한다
나는 그 바람에 삶의 여름을 넘긴다

모처럼의 6개월이 최악은 아니었나봐
몇 년만의 직장생활에 만난 그는
소주 한 잔을 하자고 했다
소주는 마음 트는 사람과만 마신다

누군가가 지나가며 바람이 인다
아주 연약하지만 오늘처럼 폭염경보엔
미세한 바람도 폭풍처럼 반갑다
옅은 인연이 고구마줄기처럼 이어지듯

사람이 지나가야 바람이 인다
그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두 다리면
어쩌면 아는 사람 두 다리가 안 되면
그냥이라도 그는 바람을 건넨 사람

지나가지 않으면 바람도 없다
지나치지 않으면 사람도 없다
삶은 늘 머무는 이에게 가혹해
머무는 건 선택인데 머물러야 하는 필수

가만히 서있자니 바람도 없다
이래도 시간은 가고
이래도 곧 가을은 올 테니
초조하거나 다급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지나가며 바람이 인다
그대는 지금 누구를 지나치고 있지
그대는 지금 누구의 시간에서
바람으로 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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