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법

by 수요일

어느 해 겨울 사는 일이 참 더럽다 느꼈을 때 강으로 간 적이 있다. 눈은 사방으로 날리고 하늘은 어둡고 강물은 시커멓게 들여다 보이지도 않던 그날은 어쩌면 내 생애 몇 개의 목숨 중 하나를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날이었다.

사람의 목숨은 하나라 늘 하나 남은 목숨을 가치있게 살려고 아등바등 한다. 하나뿐이라 버리기 쉬운 건 아닐까. 버리면 그만이라 그리들 목숨을 날리는 건 아닐까. 여러 개였다면 어쩌면 그 목숨 아낀다고 남은 게 몇 개니까 이 목숨은 좀더 소중히 살아보자 하지는 않을까.

오늘도 내 생애 하나 남은 목숨을 생각해본다. 남김없이 살다 가야지. 생애 처음 겪은 처참한 날들이었다. 굴욕과 능욕을 견뎌내다가 살인까지도 생각할 만큼 수치스러운 시간들이었다. 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낮의 밤의 악몽이 결국 끝이 난지 아직 그리 얼마 되지도 않았다. 나의 삶에 그러한 일이 두 번 있지도 않을 것이고 그 한 번마저도 없어야 했을 시간들이지만 세상살이가 힘겨울 때마다 불현듯 그 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이를 바득바득 간다. 오십이 넘어 처음 겪어야 했던 그 때를 버텼는데 지금은 행복한 거 아니야?

그 참혹한 굴욕의 삶에 항복하지 않은 탓에 내 목숨은 아직도 하나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 목숨이 남아있는 탓에 나는 아직도 세상살이와 마주하여 나머지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 하나 남은 목숨이 언제 제명대로 끊어질지 바라보는 일도 참으로 유쾌하다.

바라본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그 삶의 갈망에 동참한다는 것이며, 동참하는 순간부터 굴곡을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삶이여 부디 그대를 스스로 가호하라. 그 어떤, 그 무엇으로부터라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