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헤어지고 싶다

당신은 당신과

by 수요일

나는 나와,
헤어지고 싶다

나는 나와 오래도록 지내오면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를 징그럽게
겪으면서 매 순간, 버텨왔다

내가 아는 나는
당신이 아는 나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참 형편없는 나를 데리고
긴 생을 걸어 지금까지
견뎌 왔던 것이다

나는 나와 헤어지고 싶다
문득 너덜너덜한 그림자를 보며
새 그림자가 갖고 싶다고 생각한
당신이라면 알 것 같아
나도 그래 나도 이해해
이제 헤어지려고 해도
갈아 탈 그림자가 없다는 것

해가 1센티미터만 멀어져도
우리는 춥다고 하지
해는 내가 나인지 내가 싫어하는 나인지
관심도 없이 멀리 사라지고
나는 또 하루의 밤 동안 나를 바라보며
구역질을 참는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있어?
나에게 가장 정확하게 실망할 사람이 있어?
나에게 절망이란 너에겐 희망
나에게 다가온 슬픔이 너에겐 큰 기쁨

오래 산다는 게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지

나는 나와 헤어지는 동안
버려진 나를 바라보며 후련해하다가
문득 가슴 아파지겠다.
돌이켜 사라져 가는 순간들마다
있던 그대의 나를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지.

그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니


작가의 이전글입는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