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맛있는 것도 제일 늦지
좋은 것들은 늦게 온다
나는 느리다. 이게 참 안 좋은 것이 생각은 빠른데 움직임이 느리다. 그러니 생각의 속도를 행동이 못 따라가고 늘 뒤처진다. 느리다고 사는 데 지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남들 내 몇 배를 벌 때 뒤처져 삶이 쉽지 않았고 남들 여유가 생길 때쯤에야 그만큼 수입이 되었지만, 남들 하는 만큼 해야 하니 역시나 부대꼈지.
내 사는 데 한 푼도 거들지 않았던 남들, 거들지 않은 대신 방해 부리는 짓은 잘하는 그 남들 때문에 지금 내 모습이 결정되었다고 생각하니 별로다. 자존심이라는 거지. 하여튼 너무 앞서가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행동이 느린 것이 도움이 된다. 역설적으로 몸이 안 따라주어 못 한 것들이 안 하길 잘한 건데. 단지 입은 생각만큼 빨라서 실수하기 딱 좋아. 입만 안 열면 나름 평타다.
오겠지. 뭐. 라고 낙천적인 것처럼 꾸미기도 이젠 귀찮다. 사실 낙천의 대부분은 조급의 대외 포장형이다. 내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나이 들었다는 것이다. 더 늦게 오면 누리기도 전에 누릴 힘도 관심도 사라지고 결국 난 떠나게 될 테니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늦은 것들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않다. 오려면 얼른 오지. 좋은 것들은 언제나 늦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