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몽유병처럼 끝없이 올라야지
몽유병처럼 끝없이 걸었다
흥국생명 배구단 박미희 감독은 학폭 사건이 터지며 쌍둥이가 이탈하고 여론에 휩싸여 팀이 흔들렸을 때 자신이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싶었다고 한다.
어우흥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현대건설에서 이다영 세터가 이적한 흥국생명에 식빵언니 김연경까지 합류하면서 시즌 초반 타 팀들은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의 이름값에 눌려 10경기 동안 전승 무패의 대기록까지 만들어갈 정도였지만,
이재영 이다영 두 선수가 빠지고 외국인 선수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김연경과 함께 남은 선수들이 힘을 모아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몽유병처럼 끝없이 걸었다.
진통제와 불면증으로 계속된 나날을 버티고 끝내 그래도 2위로 마감할 수 있었던 힘은 걷는 일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일까. 잠들지 못해 숙소 뒷길을 동이 틀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고 했다. 사실 걷는다는 행동은 사람이 제 몸의 통제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몽유병처럼 걷는다면 의지만으로 몸이 통제될 것 같다.
난 눈을 감고 걸으면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 넘어진다. 아니 어떨 땐 두 눈 멀쩡히 뜨고 걸어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그걸 느낄 때마다 황당하다. 방에서 짧은 거리를 걸어도 한쪽으로 휘어지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그냥 기가 차다.
몽유병처럼 끝없이 올라야겠다.
어느 의사는 나와 같은 증상을 계단 오르기로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60층을 걸어 올라간다고 한다.
난 9층이니 60층이 되려면 7번? 계단으로 올랐다가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다시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 수치다. 정말 몽유병처럼 끝없이 올라야 한다.
삶의 목표는 죽는 날까지 나 아닌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의 자유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위해 이젠 몽유병처럼 끝없이 걸어 올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