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탓하다

by 수요일


때문에


1

돌도 나무도 구름도 바람도 밀려간다.


2

시간에 밀리는 건 세상 모두에게 공평하다. 이것만큼 공평한 게 있나


3

웃자란 풀 자르듯 평등한 게 아니다.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평등이라 진짜 평등이 된다.


4

오직 인간만, 시간에 밀리며 허덕인다. 꼬맹이도 젊음도 노인도 늘 시간에 밀리면서 라떼는 라떼는 하는 일이 점점 는다.


5

봄이네 꽃이 피네 여름이네 장마네 하며 시간이 가는 걸 의식하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넋 놓고 그저 바라만 보기도 하고.


6

시간이 가는 걸 바라보는 일은 재미있다.


7

얼굴에 시간이 들면 그 무게로 주름이 들고 심장에 시간이 들면 피를 내려보내거나 올려보내는 일이 점점 힘이 들고, 마음에 시간이 들면 지난 것들에 대해 미련, 후회, 안타까움 같은 것들로 무거워진다. 그래도,


8

시간 때문에,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가벼워지는 것도 많다. 잊기도 하고 잃기도 하며, 살아왔던 묵은 짐을 덜어내고 살아가는 건데 그 시간을 탓하며 슬퍼하고 원망한다.


9

시간 때문에 우리는 공평해진다. 가난해도 부자라도 아름답거나 미워도, 그리고 나도, 너도, 기억나는 사람들도 모두 공평하게.


10

살맛 난다. 시간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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