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인드 버튼에 담긴 90년대의 낭만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필수 아이템, 워크맨

by 유블리안


나는 X세대이다

1990년대는 나에게 중학생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기까지,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대였다. 특히 나는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지금도 유튜브(YouTube)에서 90년대 노래를 찾아 들을 정도니까.

그 당시 나에게는 소니(Sony)의 '워크맨'이라 불리는 포터블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던, 나의 분신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이제, 추억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X세대의 그 시절로 날아가 보려 한다. 가장 먼저, 90년대 나의 귀와 감성을 자극했던 워크맨과 '길보드 차트'로 유명했던 1,500원짜리 테이프 이야기다.



1,500원, 세 개에 4,000원의 행복


"하나에 1,500원, 세 개에 4,000원!"

길거리 좌판에서 들려오는 이 말에 혹해 굳이 3개를 골라 담곤 했다. 지금이야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골라 들을 수 있지만, 그때는 음악을 찾아 레코드 가게를 가거나 이렇게 좌판을 뒤져야 했다. 일명 '길보드 차트'였다. 길보드 테이프에는 따로 가사가 없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재생'하고 '리와인드(되감기)'를 반복하며 가사를 받아 적는 '필사'를 했다.

공테이프를 사서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녹음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그러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DJ가 멘트를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


"나에게 쓰는 편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랑"

1991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힘든 방황의 시간을 보낼 때 나의 유일한 낙은 음악이었다. 故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노래를 특히 좋아했다. 가사를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며, 그 메시지가 꼭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아 혼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해 11월,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은 또 어땠는가. 테이프가 정말 늘어질 때까지 되감기와 재생을 수없이 반복했다.


귓속의 콘서트장, 자유의 상징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워크맨'이다. 이 기계는 당시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자유의 상징'이었다.

A면이 끝나면 자동으로 B면이 재생되는 '오토리버스' 기능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시험 기간에도 "팝송으로 영어를 배운다"는 라디오 프로그램 핑계로 음악을 듣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귓속의 콘서트장이었던 워크맨. 진정한 아날로그의 감성 장인이자, 나의 가장 빛나는 추억의 아이템이었다.

앞뒤로 되감아야만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었던 '수고로움'은 그 음악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었다. 손으로 테이프를 만지고, 친구와 바꿔 듣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종이에 적던 행위는 음악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의 편리함이, 어쩌면 그때의 약간의 불편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후에는 또 얼마나 놀라운 기능이 우리의 삶에 자리 잡게 될지 기대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