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함과 쫀득함, 그 모순적인 동거에 대하여

두바이 초콜릿이 남기고 간 또 다른 파격, '두쫀쿠'를 맛보다

by 유블리안

백화점 식품 매장을 휘감은 긴 대기줄, 그리고 오후 2시라는 이른 시간에 내걸린 '준비 물량 소진, 영업 종료' 안내판.


​처음엔 그저 유행 좇기 바쁜 사람들의 호들갑이라 생각했습니다.


바다 건너 사막의 나라에서 왔다는 초콜릿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자리, 그 폐허 위로 또 다른 디저트가 피어났습니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이름부터 묘합니다. 혀에 감기는 '쫀득함'과 사막의 열기를 닮은 바삭한 '카다이프'가 한데 섞일 수 있다니요.


하지만 한 입 베어 문 순간, 저는 이 모순적인 식감에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떡처럼 늘어지는 반죽 속에 숨겨진, 와작 거리는 낯선 쾌감.


​이 글은 단순히 요즘 뜨는 과자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견고한 바삭함을 찾아 헤매는, 우리의 권태로운 미각에 던지는 작은 충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뜻밖의 하모니


​우리는 보통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에 익숙합니다.


그것이 미식의 정석처럼 여겨져 왔으니까요. 하지만 '두쫀쿠'는 그 공식을 보란 듯이 비 틉니다..


쿠키의 겉면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손끝에 닿는 느낌은 묵직하고 눅진합니다. 마치 갓 쪄낸 떡과 잘 구워진 빵의 경계 어디쯤 서 있는 듯하죠.


​하지만 치아가 그 쫀득한 저항감을 뚫고 중심부에 닿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버터에 볶아진 카다이프 면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와작'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찐득하게 달라붙는 쿠키 도우와, 경쾌하게 바스러지는 카다이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던 두 가지 물성(物性)이 입안에서 기묘한 춤을 춥니다.



​2. 씹는다는 행위의 위로


​왜 하필 지금, 우리는 이토록 '식감'에 집착하는 걸까요? 탕후루의 날카로운 파삭함이 지나간 자리에 쫀득함이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무언가를 힘주어 씹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턱근육을 사용해 쫀득한 것을 씹어 삼킬 때 오는 원초적인 해소감이 있는 것이죠.


두쫀쿠는 거기에 청각적인 쾌감(ASMR)까지 더했습니다. 불안하고 모호한 일상 속에서, 입안에서만큼은 "와작"하고 확실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묘한 안도감을 줍니다.



​3. 두바이엔 없는, 가장 한국적인 변주


​재미있는 건, 정작 두바이 사람들은 이런 쿠키를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원조의 재료를 가져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감인 '쫀득함'을 입혀 재창조해낸 K-디저트의 생명력. 어쩌면 이것은 가장 한국적인 방식의 '수용'과 '창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행은 바람처럼 지나갈 것입니다. 언젠가 이 쿠키를 사기 위해 섰던 긴 줄도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혀끝에 남은 그 강렬한 이질감, 부드러움 속에 숨겨둔 바삭한 반전의 기억은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팍팍한 일상에 지쳤다면 이 모순적인 쿠키 한 조각을 베어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쫀득하게 버티면서도 바삭하게 부서질 줄 아는 그 유연함이, 어쩌면 우리 삶에도 필요한 미덕일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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