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바뀌었지만, 사람은 그대로였습니다
처음 약국 문을 열고 들어왔던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틀린 건가요?”
“왜 다들 저를 피하죠?”
“저만 힘든 건가요?”
누군가는 화가 빨랐고,
누군가는 말이 많았고,
누군가는 남을 깎아내리며 겨우 숨을 쉬었고,
누군가는 너무 잘하려다 스스로를 태워버렸습니다.
유블리안의 마음 약국은 병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잠깐 멈추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말좀줄이시럽을 들고 돌아갔습니다.
어떤 이는
마음내려노란알약을 챙겼고,
어떤 이는
마음 안아 파스를 붙였으며,
어떤 이는
대충하라공진단을 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약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도 완치되지 않았다는 것.
화를 잘 내던 사람은
여전히 화를 냅니다.
다만 그 화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많던 사람은
여전히 말을 합니다.
다만 끝을 한 문장 덜 남깁니다.
남을 깎아내리던 사람은
여전히 경쟁을 합니다.
다만 험담 대신 실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번아웃 직전이던 사람은
여전히 바쁩니다.
다만 자신을 태워서 밝히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만 달라졌습니다.
이 약국에서 배운 건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법이었습니다.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고,
질투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의욕도 갑자기 건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감정들이
다른 사람을 찌르는 방향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돌아섰습니다.
약사로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매번 약을 꺼내면서
같이 복용했습니다.
말을 줄이라는 처방을 쓰면서
저도 말을 고쳐 썼고,
마음을 안으라는 파스를 권하면서
제 마음도 붙잡았습니다.
약국은 일방적인 교정소가 아니었습니다.
함께 연습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제 13편의 처방전은 잠시 접습니다.
약은 서랍에 남아 있고,
필요한 날이면
언제든 꺼내 쓰시면 됩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하루에 한 문장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줄 기록
“우리는 완치되지 않았지만, 서로를 덜 다치게 하는 방법은 배웠습니다.”
유블리안 약사의
말버릇 처방전은 여기서 잠시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문을 잠그지는 않겠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말이 있고,
말이 있는 곳에는
다시 약이 필요하니까요.
혹시 다른 약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