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탕비실과 화장실, 은밀한 공포체험

남 말은 내가 하고, 내 말은 남이 한다. 서로 물고 뜯는 전쟁터

by 유블리안

​회사라는 정글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오아시스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탕비실과 화장실일 것이다. 상사의 감시에서 잠시 벗어나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료와 고충을 나누고, 차가운 물에 손을 씻으며 묵혀뒀던 감정을 쏟아내는 곳. 이곳에서 오가는 대화는 날것 그대로이기에 가장 솔직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잊는다. 가장 솔직한 공간은,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이다. 완벽한 밀실이라 믿었던 그곳에서, 당신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멀리 퍼져나간다.


[지옥의 메신저 - 내 말이 부메랑이 되다]


"인사평가가 무슨 무기인 줄 아나 봐. 꼭 이맘때만 되면 콧대가 하늘을 찌르지. 나도 상사평가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평가 시즌을 앞둔 어느 날, 나는 친한 동료와 탕비실에서 상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잘된 것은 다른 직원의 몫으로 돌리고,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의 성과는 어떻게든 깎아내리기 일쑤인 시기였다.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깊던 시절이라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이라 믿었기에 마음 놓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한참 수다를 떨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며칠 후 면담 시간, 팀장은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욕을 하고 있었다.


"유블리안씨는 올해 성과가 참 좋고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데, 상사에 대한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는 몰랐네. 미안해요. 대놓고 얘기하지 그랬어. 허허."


팀장은 분명 그 자리에 없었고 둘밖에 없다 생각했지만 팀장과 동기이자 절친인 박 과장이 그 자리에 뒤늦게 들어온 걸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나에게로 돌아온 것이었다. 결국 나는 상위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간평가를 받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적, 가장 먼 아군]


"유블리안 주임 말이야. 너무 나대는 것 같지 않아요? 평가 잘 받으려고 부장님 개인비서 노릇도 한다는 말이 들려요 그렇게 해서라도 평가 잘 받고 싶을까요?"

"그럼 너도 비서 하면 되겠네. 그리고 확실치 않으면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


화장실 변기 칸에 막 들어앉았을 때,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였다. 그리고 그에게 쓴소리를 하는 목소리는, 평소 나에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직언을 쏟아내던 선배였다.


순간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손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나를 가장 아껴주는 척하며 같이 상사 욕을 하던 동료는 뒤에서 나를 씹고 다녔고, 듣기 싫은 소리만 하던 선배는 오히려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불편한 진실]


은밀한 두 공간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명확한 교훈을 주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회사에서는 완벽한 비밀의 공간이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내 말을 들어주던 그 친한 동료가 바로 소문의 발원지였고, 늘 쓴소리를 하던 선배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던가. 달콤한 험담은 독이 되어 돌아왔고, 쓰디쓴 직언은 오히려 나를 지키는 약이 되었다.


이 불편한 진실은 내가 말을 아끼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 역시 후배들에게 때로는 쓴소리를 하면서도, 그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선배로 성장해 있었다. 결국,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옮기던 그 동료는 그 버릇을 못 고쳐 여러 부서를 전전하다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그 후로 나는 남의 일에 신경 쓰기보다 묵묵히 내 일을 하고, 속을 털어놓게 만드는 사람보다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회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은 어쩌면 아주 간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회 예고]


회사를 위한 '솔직한' 의견, 정말 괜찮을까요?


​"언제든 자유롭게 말하라."


회사는 달콤한 미끼를 던졌습니다.
​저는 순진하게 그 미끼를 덥석 물었고,
그 순간 낚싯줄에 걸린 고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횟감처럼 난도질당했던 그날의 이야기.
그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