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말은 내가 하고, 내 말은 남이 한다. 서로 물고 뜯는 전쟁터
회사라는 정글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오아시스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탕비실과 화장실일 것이다. 상사의 감시에서 잠시 벗어나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료와 고충을 나누고, 차가운 물에 손을 씻으며 묵혀뒀던 감정을 쏟아내는 곳. 이곳에서 오가는 대화는 날것 그대로이기에 가장 솔직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잊는다. 가장 솔직한 공간은,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이다. 완벽한 밀실이라 믿었던 그곳에서, 당신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멀리 퍼져나간다.
"인사평가가 무슨 무기인 줄 아나 봐. 꼭 이맘때만 되면 콧대가 하늘을 찌르지. 나도 상사평가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평가 시즌을 앞둔 어느 날, 나는 친한 동료와 탕비실에서 상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잘된 것은 다른 직원의 몫으로 돌리고,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의 성과는 어떻게든 깎아내리기 일쑤인 시기였다.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깊던 시절이라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이라 믿었기에 마음 놓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한참 수다를 떨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며칠 후 면담 시간, 팀장은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욕을 하고 있었다.
"유블리안씨는 올해 성과가 참 좋고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데, 상사에 대한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는 몰랐네. 미안해요. 대놓고 얘기하지 그랬어. 허허."
팀장은 분명 그 자리에 없었고 둘밖에 없다 생각했지만 팀장과 동기이자 절친인 박 과장이 그 자리에 뒤늦게 들어온 걸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나에게로 돌아온 것이었다. 결국 나는 상위 성과에도 불구하고 중간평가를 받게 되었다.
"유블리안 주임 말이야. 너무 나대는 것 같지 않아요? 평가 잘 받으려고 부장님 개인비서 노릇도 한다는 말이 들려요 그렇게 해서라도 평가 잘 받고 싶을까요?"
"그럼 너도 비서 하면 되겠네. 그리고 확실치 않으면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
화장실 변기 칸에 막 들어앉았을 때,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였다. 그리고 그에게 쓴소리를 하는 목소리는, 평소 나에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직언을 쏟아내던 선배였다.
순간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손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나를 가장 아껴주는 척하며 같이 상사 욕을 하던 동료는 뒤에서 나를 씹고 다녔고, 듣기 싫은 소리만 하던 선배는 오히려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은밀한 두 공간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명확한 교훈을 주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회사에서는 완벽한 비밀의 공간이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내 말을 들어주던 그 친한 동료가 바로 소문의 발원지였고, 늘 쓴소리를 하던 선배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던가. 달콤한 험담은 독이 되어 돌아왔고, 쓰디쓴 직언은 오히려 나를 지키는 약이 되었다.
이 불편한 진실은 내가 말을 아끼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 역시 후배들에게 때로는 쓴소리를 하면서도, 그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선배로 성장해 있었다. 결국,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옮기던 그 동료는 그 버릇을 못 고쳐 여러 부서를 전전하다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그 후로 나는 남의 일에 신경 쓰기보다 묵묵히 내 일을 하고, 속을 털어놓게 만드는 사람보다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회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은 어쩌면 아주 간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위한 '솔직한' 의견, 정말 괜찮을까요?
"언제든 자유롭게 말하라."
회사는 달콤한 미끼를 던졌습니다.
저는 순진하게 그 미끼를 덥석 물었고,
그 순간 낚싯줄에 걸린 고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횟감처럼 난도질당했던 그날의 이야기.
그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