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엔 '예스맨', 나에겐 '노맨'의 슬픈 자화상

'네'라고 답하는 동안 당신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by 유블리안


마음속 '아니요'를 삼켜버리는 순간들


"네, 알겠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말을 내뱉는다. 때로는 진심으로, 때로는 습관처럼. 하지만 종종,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무리한 요구 앞에서도 입술을 깨물며 같은 말을 반복할 때가 있다. 마음속에서는 수만 개의 '아니요'가 아우성을 치지만, 끝내 그 외침을 삼켜버리고 마는 순간이다.


우리는 왜 나 자신에게 거절하는 사람, '노맨(No-man)'이 되어버린 것일까. 조직에서의 생존을 위해 나 자신을 지워나갔던 한 '예스맨'의 고백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것은 그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오늘도 애써 웃으며 "네"라고 답했을 당신의 이야기다.


나는 왜 가면을 쓰게 되었나: 예스맨의 탄생


아무도 처음부터 예스맨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날카로운 의견을 내던 신입사원은 어느새 입을 다물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던 대리는 회의실의 배경이 되어간다.


왜일까.


그것은 때로 두려움 때문이다. 내 의견이 묵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동료들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조직에서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두려움. 혹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상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성실함의 증표로,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것을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결국 '예스맨'이라는 가면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조직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나를 지우는 대가로 조직에서의 안정을 얻고자 했던,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침묵의 대가: 나의 'Yes'가 조직을 망칠 때


나는 나 하나 입 다무는 것이 조직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불편한 진실'이다. 예스맨의 침묵은 조직을 조용히 병들게 하는 독이 된다.


나의 'Yes'는 리더의 잘못된 판단에 날개를 달아준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회의실에서 리더는 점점 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어느새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간다.


팀원들의 침묵 속에서 나온 독단적 결정을 그 윗상사에게 보고하는 팀장을 생각해 보자. 그 보고를 받은 윗상사는 과연 팀장의 리더십을 신뢰할 수 있을까? 결국 리더의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그 무능함에 대한 책임은 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의견이 사라진 조직은 혁신의 동력을 잃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은 '모난 돌' 취급을 받는다.


결국 모두가 'Yes'를 외치는 동안 조직은 서서히 가라앉는다. 나 하나 살기 위한 선택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모두가 탄 배를 침몰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조직을 위한 예스맨이라는 자기 합리화가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이제는 그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 자신에게 'Yes'를 외치는 용기: 예스맨 탈출 솔루션


더 이상 나 자신에게 '노맨'이기를 거부하고 싶다면,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No!'를 외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키는 기술이다.


1단계: 내 안의 목소리 듣기
거절에 앞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일을 맡는 것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나의 가치관과 맞는 일인가? 내 안의 목소리에 확신이 생길 때, 우리의 'No'는 단순한 반항이 아닌 '신념'이 된다.


2단계: 현명하게 거절하기
직설적인 'No' 대신, 대안을 제시하며 거절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어렵습니다"가 아니라, "그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A 프로젝트를 먼저 완수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A를 마친 뒤에 논의드려도 될까요?"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이는 무책임한 회피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의견 제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3단계: 작은 성공 경험 쌓기
처음부터 중요한 사안에 'No'를 외치기는 어렵다. 사소한 부탁이나 중요도가 낮은 업무부터 거절하는 연습을 해보자.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스스로의 의견에 대한 효능감과 자신감이 붙는다.


최고의 충성은 '건강한 반대'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오랫동안 순응을 충성이라 착각해 왔다. 하지만 진정으로 조직을 위하는 길은 무조건적인 'Yes'가 아니라, 애정을 담은 'Why'와 용기 있는 'No'로부터 시작된다.


나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것은 소극적으로 나를 지키는 행위를 넘어, 나의 전문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그런 구성원들이 모일 때 조직은 비로소 건강해진다.


조직의 '예스맨'에서 벗어나, 마침내 나 자신의 '예스맨'이 되기로 결심한 당신의 첫걸음을 응원한다.


다음회 예고


<내 옆자리의의 동료? 적?>

"우리 팀이 최고!"라고 외치지만, 내심 동료의 실패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나요? 성과 보고 시즌, 가장 친했던 동료는 가장 경계해야 할 경쟁자가 됩니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씹고

치밀하게 계획된 뒷담화와 교묘한 정치질로 동료를 고립시키는 사람들, 그들이 던진 작은 돌덩이 하나가 돌고 돌고 돌아 날카로운 칼로 돌아와서 자기 심장에 박히게 되는 이유. 그리고 그 분위기에 편승해 동료들간 이간질 시키는 상사에 대해서도 같이 다룰 예정입니다.


다음회에서는 '오피스 서바이벌'의 가장 불편한 진실, 동료 잔혹사를 이야기 합니다.